공연도 리콜되나요? 네, 김장훈이 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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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완타치’ 부산 공연에서 김장훈이 ‘플라잉 스테이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플라잉 스테이지는 전후, 좌우, 상하 회전까지 가능한 원형무대다. 카이스트에서 ‘스튜어트 플랫폼’이라는 로봇 기술을 적용해 제작했다. [공연세상 제공]

최근 가요계에 전무후무한 일이 있었다. 소위 ‘리콜 공연’이다. 주인공은 가수 김장훈(43). 지난해 말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싸이와 함께한 ‘완타치’ 공연 중 크레인이 멈춰버리는 사고가 나자 “제대로 된 공연을 다시 보여주겠다”고 했고, 지난 17일 그 약속을 지켰다. 남은 건 “미안함을 갚았다”는 후련함과 1억여 원의 적자. “안 그래도 후회를 많이 했어요. (웃음) 70% 이상의 관객이 다시 왔고, 처음처럼 열광해줘서 너무 뿌듯했죠.”

‘버라이어티 공연’에 대한 김장훈의 집착은 유명하다. “왜 서커스를 하냐”는 비아냥마저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공연을 보면 생각이 바뀐다. 레이저쇼에 폭죽, 2층 객석까지 닿는 크레인과 기기묘묘 춤추는 플라잉 스테이지(움직이는 무대)까지 마련된 ‘완타치’는 지난 연말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5월까지 이어지는 지방공연(총 30회)도 전회 매진사례다.

“거대한 크레인이 눈 앞으로 다가왔을 때, 무대 양쪽에서 불꽃이 치솟고 천장에서 꽃가루가 떨어질 때, 노인·주부·회사원 모두 꼬마의 표정으로 돌아가요. 그게 참을 수 없이 좋습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공연 인프라가 열악한 국내 상황에서 20여 년 간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욕도 많이 먹었다. 원래 체육관으로 설계된 국내 대형공연장 천장에는 조명을 매달 봉 하나 없었다. 폼 나는 원형무대를 만드는 건 언감생심.

“한강에 무대를 띄워 보려고 관공서에 갔다가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당했어요. 한 지방 공연장에는 전기시설마저 없어 100m 밖에서 전기를 끌어와 써야 했던 적도 있었어요. 문화콘텐트 시대? 말뿐이죠. 아직은 공연계에 뽑아야 할 ‘전봇대’가 너무 많아요.”

그에게도 ‘빛’은 있었다. 카이스트다. 제대로 된 공연용 크레인을 만들고 싶어 ‘로봇박사’ 오준호 박사를 찾아가 무작정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열정에 감복한 카이스트는 김장훈을 주제로 하는 ‘창의적 시스템의 구현’이라는 수업까지 만들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게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플라잉 스테이지’다. ‘두드려라, 그러면 얻으리라’, 그가 카이스트에서 배운 것이다.

그는 ‘기부천사’로도 유명하다. 월셋집에 살면서도 지금까지 80억여 원을 내놓았다. 독도·동해·비빔밥 문제 등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활동가로 각인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공연에 목숨을 건 딴따라’라고 못박았다. “기부천사라는 말이 너무 싫었던 때가 있었어요. 좋은 무대를 향한 제 노력이 가려지는 것 같아서였죠. 사실 저 명품 옷 입고, 비싼 한우도 먹습니다. 그러고도 남는 돈이 있으니 나누는 것뿐이지요.”

‘완타치’ 전국투어를 마친 후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대형 앙코르 공연도 열 계획이다. 주변에선 “일이 너무 커진다”며 말리지만, 정작 본인은 “이야기를 뱉어놓으면 이뤄지게 돼 있다”라며 여유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방법을 찾아 보는 것, ‘딴따라 김장훈이 사는 법’이란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동해 광고’에 이어 3월에는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독도 광고’도 내겠다고 했다. 오지랖, 정말 넓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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