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민족갈등 '밀린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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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군정 지도자의 대선 결과 조작에 항의해 발생한 시민혁명은 25일 밤 경찰과 헌병대에 이어 군 참모총장이 국영TV에 출연, 야당 후보였던 로랑 그바그보 후보에게 충성을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종결됐다.

군부가 등을 돌림에 따라 인근국가인 베냉으로 망명한 로베르 게이 장군의 복귀가능성은 사라졌다.

1960년 독립 이후 40년만에 사실상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시민들은 수도 아비장을 비롯, 주요 도시에서 밤늦게까지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코트디부아르 시민혁명은 단순한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군부 쿠데타와 유혈 종족분쟁으로 점철된 아프리카에서 시민들의 봉기로 권력이 뒤바뀌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중대한 진전조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코트디부아르는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아이버리코스트(상아 해안)에 위치한 '이 나라는 4개 민족과 60여개 종족으로 이뤄진 다민족.다인종 국가다.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커피.코코아를 바탕으로 경제를 재건하려면 인종.민족갈등을 먼저 풀어야 한다.

기독교 세력이 강한 남부 출신인 그바그보가 대권을 잡았지만 그는 자신의 강력한 라이벌이고 북부 출신인 오아타라 등의 피선거권이 박탈된 가운데 출마했기 때문에 일부에선 "애초 선거 자체가 무효였다" 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남아공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 등 일부 주변국에서도 그같은 입장을 표시했다.

또 순수 민족주의 노선을 걸어온 그바그보 입장에선 북부 반발을 잠재울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 40년간 코트디부아르를 통치해온 옛 여권 세력과 군부를 조기에 장악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과연 시민들이 피를 흘려 막 싹을 피워낸 코트디부아르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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