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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정현준' 등 주식시장 흉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정현준 게이트' 로 주식시장이 흉흉하다.

또다른 정현준 게이트가 폭발할 것이라는 등 루머가 난무할 정도다. 게다가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권과 벤처기업간의 유착설' 을 퍼뜨리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보다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온라인상에서 "개미들만 피눈물을 흘린다" 며 연일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시장 침체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진 정현준 파동을 계기로 아예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돼야 한다" 는 목소리가 높다.

◇ 무너진 시장, 폭발하는 개미들의 불만〓시장의 이런 분위기와 함께 미국 나스닥의 폭락이 겹쳐 26일 주식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26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8.66포인트 빠진 523.67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80선이 힘없이 무너져 79.38로 끝났다.

이에 온라인상의 개인투자자들은 "결국 최후의 희생자는 우리" 라며 한탄했다.

dsgkangk라고 밝힌 투자자는 "돈주고 작전종목 정보를 구하지 못한 개미들만 바보가 됐다" 며 "지금같은 식의 주식시장은 국민을 피말려 죽일 뿐" 이라고 통탄했다.

e도올은 '코스닥, 단타와 작전세력만 날뛰는구나' 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여태까지 금감원에 작전주 조사하라고 제보한 사람들, 완전히 고양이에게 생선 갖다준 꼴" 이라며 허탈해했다.

◇ 대주주의 도덕성이 문제〓 '최고경영자(CEO)주가' 라는 말은 이미 '고전' 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 CEO들은 재테크나 제도 상의 허점을 이용한 시세 차익 누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들은 올 들어 10월 현재까지 모두 1조6천여억원을 들여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사세확장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 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해 벤처기업에 출자한 경우도 있으나 돈놀이 투자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들은 자본금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자금을 출자하는가 하면 제조업체들이 주력 업종과는 무관한 창투사.금고 등 금융기관에 출자한 경우도 많았다.

코스닥 증권시장 관계자는 "자금을 기술개발 등에 사용하지 않고 돈돌이에 사용한 기업이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를 보는 CEO들도 많다. 장흥순(터보테크 사장)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선량한 벤처기업인들까지 오해를 받고 있다" 며 "한국디지탈라인처럼 총체적인 부패가 복합된 코스닥 기업은 어쩌다 하나 있는 것인데 마치 다른 기업들도 부도덕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도 "벤처기업이라면 언제라도 검은 유혹을 받을텐데 과감하게 유혹의 손길을 떨쳐내고 벤처정신을 가다듬고 일해야 할 때" 라고 말했다.

◇ 결국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코스닥 증권시장 유시왕 전무는 "주가도 빠질 만큼 빠졌고 무책임한 경영이나 주가 조작을 하다가 적발된 코스닥 기업들이 드러나는 동안 실적이 우량한 기업들은 진가가 돋보이게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이번 기회에 시장분위기를 확 바꿔야 한다" 고 주장했다.

장흥순 회장도 "우량한 벤처기업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눈 파는 부실 벤처기업은 철저히 퇴출시켜야 한다" 고 강조했다.

장철원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력업종과 무관하게 자금을 많이 출자한 기업들과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에는 주의가 요망된다" 며 "중장기적으로 수익모델과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종목 선정을 신중히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정선구.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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