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200억 모으면 골프 그만두고 자선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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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주가 8일 경기도 용인 태영 골프장에서 열린 SBS 최강전 2라운드를 마친 뒤 밝게 웃고 있다.

"마스터즈에서 우승해 챔피언 만찬에 된장찌개와 불고기 백반을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200억원을 모으면 은퇴해 불우 아동을 돕는 자선 사업을 하겠습니다."

프로골퍼 최경주(34.슈페리어)가 자신의 꿈과 은퇴 계획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동양화재컵 SBS최강전 골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한 그를 지난 7일 경기도 용인 태영 골프장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마스터즈 대회에서 우승하겠다고 했는데 언제쯤 가능할까.

"기초공사는 다 됐고 건물만 올리면 된다. 충분히 가능하다. 경기가 벌어지는 오거스타 골프장에는 물(워터 해저드)이 엄청나게 많은데 프로들도 물만 보면 긴장하고 빠뜨리는 선수가 많다. 그런데 나는 물이 부담스럽지 않다. 나에게 유리한 점이다.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스터즈에서 우승해 큰돈도 모으고 최고일 때 멋지게 은퇴할 거다. 시니어투어(50세 이상)는 생각도 안 해봤다. 돈이 모이면 불우 아동들을 돌보는 자선사업을 할 거다."

-얼마를 모아야 한다는 말인가.

"200억원이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10년은 걸릴 것 같다. 내가 돌봐줘야 할 아이들이 눈에 밟히는데 1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골프를 더 잘 쳐 빨리 돈을 모아야 할 텐데…."

-마스터즈 우승자는 우승자 만찬 메뉴를 정한다. 어떤 음식으로 할 건가.

"된장찌개와 불고기 백반이다. 신 김치도 내놓고, 절대 물에 씻어 먹지 못하게 할 거다. 서양 사람들도 한국 음식을 알아야 한다. 오거스타에 가면 클럽하우스를 가릴 정도로 큰 나무가 있다. 그 나무 밑에 벽돌 두 개를 놓고 큰 가마솥을 얹어 청국장을 끓여 놓고, 컵으로 청국장을 떠 선수들에게 먹여 볼 생각도 했다. 재미있을 거다."

-골초였다고 들었는데.

"공이 잘 맞으면 하루 두 갑 반, 안 맞으면 세 갑을 피우는 골초였다. 2000년에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들은 월드챔피언십에 나가고 나는 투산오픈에 출전했다. TV로 월드챔피언십 중계를 보면서 저 선수들과 내가 뭐가 다른지 생각해 봤다. 나보다 공을 잘 치고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 다음날이 아내 생일이어서 생일선물로 금연을 결심했다. 갖고 있던 말보로 담배 16갑과 15개비, 그리고 새 라이터를 봉지에 담아 호텔 밖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다. 금단현상이 심해 페어웨이에서 나무를 잡고 씨름했고, 그린에 올라가면 해롱해롱했다. 아내 몰래 하루 세 개비 정도 피웠다. 냄새로 알 텐데 아내는 말을 안 했다. 고맙게 생각한다. 8개월 만에 완전히 끊었다. 담배를 끊고 나니 공이 쭉쭉 나가더라. 이제는 거리가 줄어들까봐 담배를 못 피우겠다."

용인=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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