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검찰탄핵' 위법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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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나라당과 검찰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이 검찰을 비난하는 일은 새삼스러울 게 못되지만 이번 '사태' 는 전에 없던 양상을 보여준다.

야당의 검찰에 대한 공세가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에까지 이르렀을 뿐 아니라 대검 차장까지 탄핵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긴장감까지 자아내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검찰의 대응자세다. 일부 소장 검사들이 집단행동의 기미를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는가 하면 대검 공안부가 공식적으로 한나라당의 탄핵발의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야당이 검찰에 대해 위법이라고 공격한데 대해 검찰은 그 공격 자체가 위법이라고 역공하는 형세다.

여기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야당과 검찰의 공방이 법적 공방의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의 주장처럼 과연 한나라당의 탄핵소추 발의 자체가 법에 위반된 것인가.

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의 요건은 일정한 고위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로 되어 있다.

지난 10월 12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을 살펴보면 그 핵심적인 소추사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은 '지난 4ㆍ13총선 결과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와 그 처리 결정을 함에 있어서 여당에 대해서는 늑장수사.기소억제.축소기소를 유도함에 비해 야당에 대해서는 번개수사.억지기소.확대기소 등으로 공소권을 남용함으로써 현저히 공정성을 잃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히 훼손했다.

때문에 이들의 직무집행은 검사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검사의 권한 남용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제7조) 및 검찰청법(제4조) 규정 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소추안에는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사례들이 제시돼 있고 관련 참고자료가 첨부돼 있다.

여기에 대해 대검 공안부는 이렇게 반박한다. 선거사범 수사.처리가 편파적이라는 주장은 근거없는 것이고 소추안에서 제시하는 사례들도 이 주장의 근거가 못된다.

탄핵소추 발의에는 '엄격하고도 구체적인 요건' 이 요구되는데 소추안은 그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명백히 법에 위반된다' 는 것이다.

나아가 국정의 대혼란을 야기할 '정치적 목적의 위법한 탄핵발의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고 덧붙이고 있다.

우리 헌법은 제헌 이래 탄핵제도를 채택해 왔지만 실제 탄핵소추안이 발의, 처리된 것은 1985년 당시 유태흥(兪泰興) 대법원장에 대한 사례가 유일하다.

이때의 탄핵소추 사유는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조치가 법관의 심판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규정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대해 兪대법원장은 자신의 인사조치가 "인사권자로서 당연한 의무이행이었고 잘못 없는 것이었다" 고 반박했었다.

탄핵제도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미국에서도 탄핵사유에 관해 논란이 있어왔다. 미국 헌법은 탄핵사유에 관해 '반역죄.수뢰(收賂)죄.기타 중죄 및 경죄(輕罪)'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형사 소추할 수 있는 범죄행위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권한남용이나 '정치적 범죄' 에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주장이 엇갈려 왔다.

그러나 실제 사례들을 보면 탄핵사유를 넓게 해석해 왔다. 일례로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닉슨의 변호인은 탄핵사유가 형사소추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에 국한된다고 주장했지만 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사위원회는 사법방해.권한남용.의회모독의 혐의로 닉슨에 대한 탄핵발의를 가결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미 헌법제정 당시 초안 해설서를 쓴 알렉산더 해밀턴은 탄핵사유가 본질적으로 '정치적' 인 것임을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점들에 비춰보면 탄핵소추는 국무위원 해임 건의제도와는 달리 단순히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지만 탄핵소추 사유인 '위법한 직무집행' 에 해당되는지 여부의 판단은 재판에서의 기소요건과는 달리 다분히 정치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검찰이 자신의 직무집행이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탄핵발의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고 잘못된 법적 판단이다.

양건 <한양대 법과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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