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 국무장관 환대…중 국방장관 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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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 기간 중 북한에는 또다른 귀빈(貴賓)이 평양에 머물렀다. 츠하오톈(遲浩田)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 겸 국방부장을 단장으로 한 중국군 고위 대표단이 그들.

중국군의 6.25참전 50주(10월 25일)를 맞아 22일 방북한 遲국방부장은 7년 만에 평양을 찾은 중국군 고위인사다.

대표단에는 ▶슝광카이(熊光楷.상장) 부총참모장▶장수톈(張樹田.상장)총정치부 부주임▶첸궈량(錢國梁.중장)선양(瀋陽)군구사령관▶천빙더(陳炳德.중장)지난(濟南)군구 사령관 등 군부 실세가 포함돼 무게를 더했다.

그렇지만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스포트 라이트가 몰리다 보니 중국군 대표단의 활동은 눈에 띄지 않았다.

북한 언론들은 올브라이트 장관 동정을 35차례 보도한 데 비해 遲국방부장 일행은 22차례 다뤘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브라이트라는 구름이 북.중간 친선을 비춰주던 햇볕을 가렸다" 고 비유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회담하고 군 최고 실세인 조명록(趙明祿)군 총정치국장과 와인 잔을 기울이는 동안 중국 군사대표단은 평양에 머물지 못했다.

평양 도착 다음날인 23일에는 개성의 판문점을 돌아봤고, 24일에는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마오안잉(毛岸英)의 묘와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 를 참배했다.

마오안잉은 마오쩌둥(毛澤東)전 중국 주석의 아들로 6.25때 인민지원군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인물.

물론 22일 열린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부장-츠하오텐 회담에서 북.중간 군사협력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되는 등 실무적 성과도 있었다.

遲국방부장은 환영연에서 "김일철 차수(次帥) 동지와 회담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수많은 중요한 문제들에서 견해일치를 본 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한다" 고 말했다. 또 25일 노동신문 사설에서 북한은 "반세기 전 중국 인민지원군이 세운 영웅적 위훈을 우리는 잊지 않을 것" 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만 중국군 참전 반세기를 계기로 '산과 물이 잇닿은 인방(隣邦)' 이라는 북.중간 친선을 부각시키려던 계획은 빛이 바랜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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