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긴급진단] 아파트·땅·상가 벌써 '겨울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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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0월 들어 아파트 매매.전셋값마저 하락세로 돌아섰고 토지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시장 흐름과 전망, 불황 속에서 호황을 누리는 상품 등을 싣는다.

경기도 일산 신도시 강촌마을에 사는 김철호(47)씨는 집이 팔리지 않아 걱정이다. 사업이 여의치 않아 63평형짜리 아파트를 시세보다 2천만원 싸게 내놓았으나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두달 째 한 명도 없다. 金씨는 할 수 없이 값을 더 내려야 할 판이다.

부동산시장에 냉기류가 짙게 깔리고 있다. 그동안 강보합세를 지켜오던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값이 이달 들어 내림세로 돌아섰고 계속 오를 것만 같던 전셋값도 가을 이사철이 끝나면서 한풀 꺾였다. 토지.상가도 매물만 쌓인 채 거래는 실종됐다.

금융시장 불안, 기름값 상승 등으로 경기가 불투명한데다 2차 구조조정까지 겹쳐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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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물 쌓이며 전세.매매값 동반하락〓서울 강남.송파의 일부 아파트를 빼고는 대부분 지역에선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물이 쌓이면서 전세.매매값이 함께 내리고 있다. 일산 문촌마을 L아파트 46평형은 지난 8월보다 1천만원 떨어져 2억3천만~2억4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강촌마을 H아파트 63평형은 올 초보다 5천만원 가량 떨어졌는데도 거래가 뜸하다.

일산 연세공인중개사사무소 안강현씨는 "큰 평형은 시세보다 15% 이상 싼 매물도 사자는 이들이 없다" 며 "외환위기 때도 이보다 나았다" 고 말했다.

분당도 S아파트 38평형이 한달 새 1천만원이 떨어지는 등 중대형 평형 대부분이 1천만~2천만원 가량 내렸다.

㈜유니에셋 강형구 대표는 "서울은 추석 이후 큰 호가변동이 없으나 재건축 이주지역을 빼고는 대부분 지역에서 실거래는 5백만~1천만원 가량 내린 값에 이뤄지고 있다" 고 말했다.

◇ 분양가 이하 분양권 수두룩〓새 아파트 분양권 시장도 맥을 못추고 있다. 호가만 있을 뿐 거래는 되지 않는다.

특히 난개발에다 판교 신도시 개발설로 타격을 받은 용인은 분양권 웃돈(프리미엄)이 급락하고 있다.

용인 벤처부동산 신창균씨는 "분양 초기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었던 수지 성복.상현리 일대 아파트도 프리미엄이 2천만~4천만원 가량 곤두박질했다" 고 전했다.

지난해만 해도 투자자들이 몰려 최고 50% 선에 이르던 주상복합아파트 전매율도 올들어 10%선으로 뚝 떨어졌다.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자리를 뜨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 분양권값도 하락추세다.

지난 5월 5억5천만원까지 올랐던 서울 여의도 대우 트럼프월드Ⅰ 55평형의 경우 5억3천만원, 38평형 로열층도 3억3천만원에서 3억1천만원으로 2천여만원, 인근의 트럼프월드Ⅱ도 전 평형에서 5백만~2천만원 정도 각각 내렸다. 서울 도곡동 등 인기지역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 겨울잠에 빠진 토지.상가=인기지역을 중심으로 매기가 살아나던 토지시장도 급격히 침체되고 있다.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파주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1주일에 평균 10여명씩 다녀갔으나 지금은 전화문의도 거의 없다.

파주 행운부동산 최재성 사장은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상반기에 들어갔던 매물이 대거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 말했다.

용인과 광주.양평 일대 토지시장은 난개발 규제까지 겹쳐 파주쪽보다 더하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문의와 거래가 꾸준했으나 가을 성수기 들어서도 발길이 뚝 끊겼다.

경기에 민감한 상가시장도 최근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서울의 최대 상권인 동대문 밀리오레의 경우 1억~2억원 선이던 권리금이 최근 1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상가114 안진수 팀장은 "그나마 거래가 되는 아파트 단지내 상가 또한 거래가격이 분양가의 70~80% 선, 그것도 1층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성종수.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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