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부터 3월 29일까지 서해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해상 2곳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했다고 26일 군 관계자가 밝혔다.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에 주둔한 해병 6여단 소속 장병들이 북한 황해도 장산곶과 마주 보는 대공 진지에서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외무성이 11일 평화협정회담을 전격 제의한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반도에 불안정한 정전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 협정의 체결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을 띄우려는 의도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던지는 메시지는 미국을 의식한 경우가 90%”라며 “NLL 문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외무성이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제안했지만 반응이 없자 NLL 도발로 한·미의 시선 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청해전 패배에 대한 북한 군부의 보복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패전 직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해함대사령부를 방문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있었다”며 “보복을 위한 구체적 작전계획이 마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뜻대로 되지 않자 NLL 압박으로 불만을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최근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를 둘러싼 기싸움의 측면도 없지 않다.
실제 북한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는 관측이 엇갈린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군사실무회담을 제안했다 거절당한 북한 군부는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과) 교수는 “정세에 어두운 북한 군부가 오판에 의해 도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핵실험으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도발할 경우 북·미 관계의 파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행동 제약이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아무 도발 없이 거둬들인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정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