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노당 가입 전교조·전공노 전원 파면·해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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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노조 추방 시민학생연대 회원들이 26일 서울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교조민노총공무원노조의 해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공무원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했거나 정치자금을 낸 것이 확인되면 모두 파면·해임하기로 정부가 방침을 세웠다. 공직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강수를 내놓은 것이다.

전성태 행정안전부 윤리복무관은 26일 “국가(지방)공무원법·정당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 정당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경찰의 수사 결과 통보를 받는 대로 해당 공무원의 소속 기관에 중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이나 집단행위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으나 정당 가입을 놓고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며 “정당에 가입했다면 공무원으로서의 소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당의 강령을 동의·지지하고 외부로 그 뜻을 표출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운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동옥 행안부 공무원단체과장은 “단순히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는 ‘의사표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죄가 무겁다”고 강조했다.

자칫 2004년 공무원들이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가 440여 명이 파면·해임된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의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7월 서울역 앞에서 열린 시국대회에 참여한 공무원 30명이 공직을 떠난 데 이어 다시 공직사회에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정부는 ‘법대로’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3개 공무원 노조가 통합한 조합원 11만5000명의 전공노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기선을 제압당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초반에 방치했다 공무원 노조의 정치개입에 브레이크를 걸기 힘들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있다. 공무원 노조가 유급 전임자를 두거나 단체장의 인사권에 개입하는 등 위법·부당한 단체협약을 맺지 못하도록 최근 지방자치단체에 지침을 내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다 6·2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흔들리고서는 공명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전공노 조합원들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시·군·구에서 선거 실무를 담당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이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것도 금지 사항이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당법 제22조는 공무원은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의 강경 방침에 전공노·전교조는 반발하고 있다. 윤진원 전공노 대변인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 상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징계 방침을 정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상우·한은화 기자

공무원 대량 징계는

■ 2002년 11월 ‘노동 3권 보장’ 요구하며 1만 5000명이 연가투쟁. 그중 1000명 서울에서 집회 → 500명 징계(파면·해임 11명)

■ 2004년 11월 ‘노동3권 보장’하라며 3000명 연가투쟁 → 2200명 징계(파면·해임 440명)

■ 2006년 5월 농촌진흥청 앞에서 불법집회 → 40명 징계(파면·해임 10명)

■ 2009년 7월 공무원·교사 탄압 규탄대회 → 105명 징계(파면·해임 30여명) 자료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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