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파업 타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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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회사측과의 첨예한 대립 끝에 파업이라는 극한 투쟁을 택했던 배경에는 임금과 근무시간 등 처우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노조측은 당초 "외국 항공사들에 비해 과도한 비행시간과 적은 임금 등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에 안전운항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며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상위급 조종사의 예를 보면 월 1천만원 수준을 받는 고소득자며, 국민소득 대비 조종사 급여가 12배여서 국제적으로도 괜찮은 수준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하루 동안 엄청난 혼란을 일으켰던 파업이 과연 타당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타결 내용〓결국 임금 인상이 파업을 끝내게 했다.

'임금 인상' 과 '절대 불가' 로 팽팽하게 맞서던 노사는 파업 후 계속된 협상에서 시간당 2만4천원인 비행수당을 50%(1만2천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또 비행시간이 모자라더라도 최소 75시간의 비행시간을 인정해 수당을 지급한다는 데도 합의해 조종사측은 월평균 90만원 이상의 적지 않은 임금 인상을 따냈다. 노조측이 당초 내세웠던 비행시간 단축은 현행대로 1백20시간을 유지키로 했다.

노사는 이와 함께 기존의 지상 근무자 및 승무원 노조측이 지난 6월 '복수 노조 불가' 입장을 내세워 법원에 낸 조종사 노조 설립 취소 소송의 판결 결과에 관계없이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키로 약속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기로 했다.

이에 따라 24일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조종사 노조가 불법화할 경우 합의 사항이 무효화할 가능성과 이에 반발한 조종사노조의 재파업 우려는 일단 해소됐다.

당초 조종사노조는 계속된 노사 협상에서 대한항공 내 외국인 조종사들이 받는 액수와 동일한 임금을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17년차 선임 기장의 경우 월 8백만원 정도를 받아 외국인 조종사보다 3백만원 정도 적지만 퇴직금 등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 이라며 거부했다.

이번 합의로 대한항공측은 비행수당 지급 등 연간 7백억~8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 임금 수준〓대한항공의 기장 직급별 연봉 기록에 따르면 25년 이상의 운항 경력을 가진 최상위급 조종사들에게는 기본급 3천3백32만원, 비행수당 5천3백64만원, 기타 상여금.수당을 합쳐 모두 1억2천9백84만원의 연봉이 주어진다.

평균 기종인 보잉 747-400을 월 87시간 조종한 부기장은 연봉 7천1백만원 정도를 받는다. 대학까지 자녀 학자금 전액 지원 등 복리후생비와 퇴직적립금이 추가로 지원된다.

대한항공 비행훈련원에서 2년 훈련을 마치고 1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뒤 운항에 투입된 햇병아리 조종사들은 5천7백5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파업 배경 및 전망〓조종사노조는 지난 5월 출범 이후 임금 인상과 최소 월 75시간 비행 인정, 근무시간 단축 등 99개 항목의 수용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회사측은 지난 4월 기본급을 18.4% 인상했기 때문에 더 이상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조측은 지난달 6일 쟁의발생 신고를 했다. 이후 17차례의 협의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파업으로 치달았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파업은 타결됐어도 장애는 남아 있다. 기존 노조가 형평성을 내세워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 노조가 조종사노조의 파업을 공개 비난하는 등 노-노 갈등 양상도 나타나 앞으로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갑생.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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