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주인되자] 무질서 비용 한해 24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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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구 수성구 지산2동 金종덕(52)동장은 요즘 주택가에 덕지덕지 붙은 홍보스티커에 넌덜머리가 난다.

동사무소 직원 11명이 매일 스티커를 뜯어내고 광고전단을 수거하지만 하룻밤만 지나면 다시 그대로다. 그는 "쓰레기 종량제 실시 후 주민들이 대문 앞의 휴지조차 줍지 않으려고 한다" 고 했다.

수성구에서는 도로변에 버려진 담배꽁초 수거 등을 위해 1백50여명의 인력을 투입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연간 10억원을 넘지만 주택가 골목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지난 3월 국토대청결 운동을 벌인 경남의 경우 6일 동안 1천1백여t의 불법 투기 쓰레기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가을이면 지자체마다 산이나 들에 버려진 가전제품과 가구를 수거하느라 몸살을 앓는다. 여름동안 길게 자란 풀들이 사라지면서 시민들이 몰래 내다버린 대형 폐기물들이 흉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洪동곤 사무관은 "지난해 11만대 이상의 가전제품이 부품 재활용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스란히 매립됐다" 고 밝혔다.

시민들의 무질서가 사회적 비용의 낭비뿐 아니라 환경파괴로 직결된다는 의미다.

지난 8월 서울 서대문 교차로에선 버스와 승용차 사이에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양보운전만 하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물적 피해는 25만여원. 경찰 관계자는 "사고처리 과정에서 운전자끼리 계속 다투는 바람에 최근에야 마무리됐다" 며 "행정력만 낭비한 셈" 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진로 변경.안전운전 불이행 등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해에만 18만여건. 6천4백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따른 의료비.생산 손실 등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조8천억원에 이른다(교통개발연구원.1998년 기준).

신호위반과 끼어들기에 접촉사고가 만연한 특별.광역시 도로의 체증 비용은 연간 7조1천억원, 과속.추월에 병목지점마다 비좁은 고속도로와 국도의 혼잡 비용은 연간 5조1천억원이다.

그런가 하면 가정.도로변.강변.공원에서 버려진 생활 폐기물의 처리 비용은 연간 1조8천억원(환경부)에 달한다.

이같은 교통.환경분야 무질서의 대가만도 연간 24조원대인 것이다.

한국외대 경제학과 朴명호 교수는 "시민들이 서로 신뢰하면서 자발적으로 질서지키기에 참여하면 사회 전체의 무질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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