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 '준성인' 추대 움직임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사진)의 의거 91주년을 맞아 가톨릭내에서 안의사를 복자(성인이 되기 전단계의 준성인)로 추대하기위한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6일 의거의 현장인 중국 하얼빈역에서 북한의 조선가톨릭교협회와 함께 기념행사를 할 예정이며, 이에 앞서 25일에는 '안중근 의사와 민족통일' 이란 주제의 공동세미나를 연다.

가톨릭 공식연구기관인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최석우 신부)는 11월 4일 오전 9시 30분 가톨릭회관에서 '2천년 대희년과 안중근 토마스' 라는 주제의 심포지움을 열고 관련자료를 복자로 추대하기위한 증빙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안중근 의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1909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을 사살한 당시 천주교 조선교구 뮈텔 주교가 "증오할만한 살인행위" 라고 규정했기에 최근까지 가톨릭 내부에서 관심을 모으지 못해왔다.

그러나 지난 93년 김수환 추기경이 "안중근 의사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는 입장을 밝힌 이후 안의사는 가톨릭 신자로 복권됐고, 그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조금씩 이뤄지기 시작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재조명 작업을 주도해온 정의구현사제단이 조선가톨릭교협회와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벌이기로 한 것은 안중근 의사를 준성인으로 추대하는 움직임을 북쪽까지 확산하자는 취지에서다.

박창일 신부는 "북한에서 안의사를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어 지난 4월 북측에 공동 기념행사를 제안했고, 북측에서 곧바로 동의해와 7월 방북 당시 합의할 수 있었다" 며 "남북간에 자료를 공유하고 유해발굴 사업 등에 공조함으로써 안의사에 대한 한민족 차원의 재평가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 고 밝혔다.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두번이나 안의사의 유해발굴과 관련돼 뤼순(旅順)감옥을 비공식 방문하는 등 북한내에서 안의사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사연구소의 심포지움은 보다 공식적인 재평가 시도다. 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안의사를 재평가하는 모임을 준비해왔으며, 이번 심포지움을 계기로 안의사를 복자로 추대하는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