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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통신 방만경영 왜 방치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통신의 수술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한국통신의 횡포와 폐해가 여러 통로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한통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숨을 죽이고 있던 통신업계 내부에서도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통의 개혁과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드러난 한국통신의 문제점은 공기업의 부작용을 고루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하다.

무계획적인 투자와 문어발식 경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자초했는가 하면 무원칙한 인사와 불투명한 경영, 퇴직금 과다 지급, 비용 남용 등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여기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바가지 요금에다 하청.납품에 대한 횡포, 과도한 접속료부담, 경쟁업체 불공정 견제 등은 한통의 방만한 경영과 이로 인한 국내 산업 폐해가 방치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우선 한국통신의 경영이 이토록 방만하게 된 데는 경영진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

일부 경영진의 무사안일에다 노조 눈치만 보는 무소신, 여기에 현실인식 부족까지 겹쳐 사태

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 부분에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필요하면 감독 당국도 책임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한통이 지금같이 공기업으로 남아 있는 한 경영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

대신 민영화한 기업이 지금의 한통처럼 시장을 교란시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일본의 NTT처럼 지주회사와 몇개의 사업체로 한통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망(網)시장을 국내외 업체에 개방, 완전경쟁 체제로 만드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또는 민영화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망 임대.상호 접속 등에서 일정 부분 이상은 반드시 다른 기간통신업체나 경쟁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요금도 제한하는 등의 방법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런 다양한 방법을 검토, 소비자와 국가 경제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결론을 내야 한다.

이에 앞서 한통은 뼈를 깎는 자구(自救)노력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지 않으면 안된다.

수익이 안되는 사업은 과감히 버리고, 분사(分社)와 경비 절감 등으로 몸집을 가볍게 하고 경영효율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세계 통신시장은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이에 빨리 대처하지 못하면 한통은 물론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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