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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들 주식펀드 참여 '시큰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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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주요 연기금은 정부가 최근 내놓은 '연기금 주식투자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당장 주식투자를 늘리기는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결과 연기금은 내년 이후 제도개선이 실제 이뤄지고 구조조정도 잘 진행돼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시점부터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24일부터 설정되는 연기금 전용 주식펀드에 냉담한 반응이어서 실제 조성 규모는 정부 계획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7천억원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국민연금기금.공무원연금기금.사학연금기금.우체국보험기금 등에서 1조5천억원을 넣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외면받는 전용펀드〓국민연금기금 김선영 운용본부장은 "연내 투식투자가 가능한 자금은 6천8백억원 남아 있지만 전용펀드에는 일단 3천억원 정도 투입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우체국보험기금 관계자는 "아직 가입 규모를 정하지 못했다" 면서도 "자산 규모로 볼 때 국민연금기금 보다 많이 가입하기는 힘들 것" 이라고 말해 3천억?범위에서 가입할 뜻임을 시사했다.

사학연금기금 관계자는 "1천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고 말했고, 공무원연금기금 김낙중 자금부장은 "공무원들의 대규모 퇴직으로 기금이 고갈되고 있어 펀드에 가입할 여력이 없다" 고 밝혔다.

이들 연기금의 운용 책임자들은 "정부는 제도를 개선해 안심하고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며 "주가 단기부양을 위해 전용펀드 가입을 강요해선 곤란하다" 고 입을 모았다.

증권연구원 고광수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고 전제, "그러나 연기금을 단기 주가부양의 수단으로 내몰면 과거 투신사들처럼 '자라날 싹' 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 제도개선에 기대〓국민연금 김선영 본부장은 "정부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제약을 없애기로 한 것은 매우 잘한 일" 이라고 환영했다.

金본부장은 "현재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없어 주식투자의 위험을 관리하기 힘든 게 가장 큰 애로사항" 이라며 "제도가 개선되면 현재 자산의 5%선인 주식비중을 장기적으로 10%까지 끌어올릴 계획" 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등에서 1년 단위의 단기로 주식 운용결과을 문책하지는 않기로 한 것도 투자 활성화에 한몫할 전망이다.

국민연금기금의 경우 올들어 주식에서 1조2천억원 손실을 본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됐지만, 지난해에는 1조5천억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등 최근 8년간 누적 수익률은 8%에 달한다.

우체국보험기금 관계자는 "3~5년 뒤를 내다보면 앞으로 1~2년은 주식투자의 호기로 판단한다" 며 "저금리 시대를 맞아 어느 정도 기금 수익률을 유지하려면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나가는 게 대세" 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기금이 주식투자를 늘리려면 기업들도 주주를 중시하는 투명한 경영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미국에서 연기금이 주식투자 비중을 50%까지 높인 것은 기업들이 시가배당.자사주매입 등을 통해 주식의 가치를 높여놓았기 때문" 이라며 "기업들이 주주를 무시하는 경영을 계속하면 연기금도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진단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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