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인권영화제의 '깊은 슬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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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5년 동안 살아 남은 것도 자축할 일입니다. "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제5회 인권영화제 관계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1996년에 시작한 인권영화제는 국내 인권의식의 확산과 인권교육을 위해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02-741-2407)이 무료로 개최하는 행사. 부산국제영화제.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대규모 영화제와는 달리 인권 하나를 주제로 여는 틈새 영화제다.

그런데 관객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문제다.96년 1만5천여명에서 지난해 8천여명으로 감소했다.96년 1천여명에 달했던 소액후원자(1만원 후원)도 지난해엔 3백여명에 그쳤다.

국내 인권상황이 그만큼 개선됐기 때문일까. 주최측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법 개정안에서도 국가보안법.형법 등에 저촉되면 영화심의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이 있고, 사회 전반적인 인권수준도 선진국에 비교하면 갈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관객수 감소의 원인은 뭘까. 경제위축, 대중들의 탈(脫)정치성향 등이 꼽힌다.또 독립영화제.퀴어영화제 등 90년대에 잇따라 생긴 각종 영화제의 '거품' 이 꺼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올해 부산영화제가 성공적으로 마감됐다.하지만 국내 영화층이 단단해지려면 인권영화제 같은 개성있는 축제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진 시점에서 올 인권영화제가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올해에도 각종 사회 현안을 다룬 국내외 작품 28편이 상영된다.

개막식 사회는 최근 동성애자임을 공개 선언해 화제가 됐던 탤런트 홍석천씨가 맡는다.동성애 관련 토론도 준비됐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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