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 '동기식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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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안병엽(安炳燁.사진)정보통신부 장관이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기술표준 문제를 절충하기 위해 통신업체 최고경영진 설득에 나섰다.

安장관은 자신이 한 약속을 열흘 만에 다시 어기고 16일 오후 손길승(孫吉丞)SK텔레콤 회장을 몰래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安장관은 지난 9일 "IMT-2000에 정책 혼선을 초래해 유감" 이라고 공개 사과하고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통신업체 대표들과 접촉할 경우 반드시 공개적으로 만나겠다" 고 약속한 바 있다.

安장관은 그러나 이날 면담에서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정통부 김인식 공보관에 따르면 安장관은 동기식 사업자에게 줄 인센티브를 거론하며 SK가 동기식을 선택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孫회장이 "우리는 비동기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고 하는 바람에 평행선을 달렸다는 것.

孫회장은 "SK가 동기식으로 바꿀 경우 시장에서 외면받아 주가가 폭락하고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가진 외국인 주주들이 강력히 반발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면담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孫회장은 곧바로 회의를 열어 "비동기 방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 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安장관은 한국통신 이계철(李啓徹)사장과 LG 박운서(朴雲緖) 부회장도 이번주 내에 면담할 계획이지만 국회 일정과 국정감사(20일) 때문에 다음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통신은 20일 계열사 사장단과 주요 경영진이 참가하는 IMT-2000협의회를 열어 최종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3사 모두 "자발적으로 동기식을 채택해 주주들로부터 공격을 당하느니 차라리 비동기식 심사에서 떨어지는 편이 말썽이 적을 것" 이라며 비동기식 신청을 강행할 움직임이어서 安장관의 최종 조율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정통부는 지난달 말 SK텔레콤에 IS-95C용으로 내준 8백MHz대역 2개 채널(2.5MHz)의 반납을 검토하는 등 개별 업체에 대해 압박을 가할 태세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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