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옐리네크의 작품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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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로는 열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58)는 오스트리아의 좌파 페미니스트 작가다. 여성의 성적 굴종을 그린 '욕망'(1989)을 비롯해 그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폭력적인 세상의 먹잇감이 돼 굴복하고 마는 여성을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다뤄왔다. 또 노골적인 성 묘사와 날카롭고 거친 언어 구사로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시적이면서도 산문적이고, 연극적 요소와 영화적 요소가 뒤엉킨 독특함도 그의 작품 세계 특징으로 거론된다.

그는 46년 오스트리아 슈타이어마르크주 뮈츠르추슐락에서 출생해 빈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연극학.미술사.음악을 공부했고 60년대 중반에 글을 쓰기 시작해 67년 첫 작품 '리자의 그림자'를 출간했다.

원광대 독문과 윤시향 교수는 "옐리네크는 체코계 유대인으로 사회주의자였던 아버지와 가톨릭을 믿는 전형적인 소시민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어머니가 옐리네크를 천재로 믿고 과도한 기대를 걸었기 때문에 옐리네크는 성장기 내내 부담을 느꼈고, 끝내 모녀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윤 교수는 "그런 옐리네크의 가정 환경과 성장 조건이 기존 권위와 지배 이데올로기에 반발하는 독특한 문학세계를 갖게 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적 여성운동에 경도됐고, 계급적 약자와 성적 약자를 억압하는 자본주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까발리는 데 주력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목적을 위해 옐리네크가 구체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남성 작가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글쓰기다. 윤 교수는 "옐리네크는 일상적인 생활어와 광고어를 작품 속에 과감히 사용, 통상적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옐리네크의 작품은 강한 실험성을 갖췄고, 80년대 초반부터 독일어권에서는 가장 많이 논의되는 작가가 됐다.

옐리네크는 하인리히 뵐 상(86).페터 바이스 문학상(94).게오르크 뷔히너 문학상(98) 등을 받았다.

한편 7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와 공영 ARD 방송 등 독일 언론은 옐리네크의 수상 소식을 자세하게 전했다.

독일의 대표적 문학비평가인 마르셀 라이히 라니츠키는 "넬리 작스 이후 또다시 독일어권 여류 작가가 선정돼 매우 기쁘다. 옐리네크는 형식의 틀에서 벗어난 과격하고 극단적인 작가"라고 전했다. 로볼트 출판사의 알렉산더 페스트 대표도 "옐리네크는 자신이 다루는 주제와 스스로에게 전혀 보호막을 치지 않는 대단한 용기를 지닌 전례 없는 작가"라고 평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신준봉.구희령 기자

*** 바로잡습니다

10월 8일자 일부 지역에 배달된 1면과 18면 '옐리네크 노벨문학상' 기사 중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은 '심사위원 대상'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또 18면 '원광대 독문과 유시향 교수'는 '윤시향 교수'이기에 수정합니다.

*** 바로잡습니다

10월 8일자 18면 '노벨문학상 옐리네크의 작품 세계'기사에 나오는 독일 평론가 '마르첼 라이히 라니키'(Marcel Reich-Ranicki)를 '마르셀 라이히 라니츠키'로 읽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현지에 확인한 결과 독일식으로 읽으면 기사 중 표기가 맞지만 이 평론가가 폴란드 출신 유대인이고 본인이 폴란드식으로 불리기를 원하므로 '마르셀 라이히 라니츠키'로 읽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이어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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