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직업여성 … 생계 보장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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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집창촌 모임인 ‘한터전국연합회’소속 업주.성매매여성 2800여명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변선구 기자

7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서울.부산 등 전국 12개 집창촌에서 모인 2800여 성매매 여성들은 빨간색.노란색 모자를 쓰고 흰 마스크를 한 채 2개 차로와 인도를 가득 메웠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등의 피켓과 '유예 기간을 달라'고 적힌 어깨띠도 눈에 띄었다.

성매매 여성들의 단속에 항의하는 첫 전국 집회는 한 대표 여성이 시위대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이 여성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슬픔을 안고 태어난 우리에게 더 이상의 슬픔을 맛보게는 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전국 특수 영업직 종사 여성 일동' 명의로 된 결의문을 읽었다.

이에 참가자들은 북과 꽹과리를 치며 "우리들을 하나의 직업인으로 인정해달라" "여성단체들은 우리를 이용해 자신의 배를 채우지 말라"는 구호를 외쳤다.

얼마전 성매매 단속에 항의해 자살을 기도한 성매매 여성 윤모(25)씨의 유서가 낭독되는 순간에는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행사 중간에 '아침이슬' '개똥벌레' 같은 노래가 나오기도 했다.

오전 10시 시작된 이날 집회는 오후 4시30분쯤 별다른 소동이나 충돌없이 무사히 끝났다.

경찰은 이날 9개 중대 1100여명을 동원해 집회 현장을 에워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나체 시위에 대비해 여경 1개 중대와 담요를 준비하기도 했다.

"생존권 주장은 파렴치한 요구" 시민단체 철저 단속 촉구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8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처벌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성매매 알선업주들이 생존권을 앞세워 성매매 허용을 주장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정부와 사법당국은 일체의 성매매 알선행위와 성매매법을 무력화하려는 불법적 행동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법 시행 초기부터 '한 달만 지나면 원상복귀될 것' '더 음성적인 성매매가 확대될 것' 등 부정적 여론을 조장하며 성매매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흐름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접대문화 바꾸기 캠페인' '성매매 안 하기 선언' 등의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한편 지난 2주 동안 경찰청의 특별단속에서 적발된 성매수 남성 523명을 직업별로 보면 회사원이 168명으로 가장 많고 자영업(121명).서비스업(24명).학생(1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24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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