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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초 김시스터즈가 원조 … 80년대까진 자매 걸그룹 시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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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호 10면

한국 걸그룹의 원조 격인 김 시스터즈(왼쪽)와 펄 시스터즈. [중앙포토]

한국 걸그룹의 원조는 모두 ‘자매’였다. 1950년대 초 애자·민자·숙자 세 자매가 팀을 이룬 ‘김 시스터즈’가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가요연구가 박찬호씨가 쓴 책 『한국가요사』에 따르면 김 시스터즈는 데뷔 당시 멤버들이 모두 10대로, 정식 음반을 발표한 대한민국 최초의 걸그룹이었다. 이어 50년대 중·후반에는 ‘마포종점’ ‘삼천포 아가씨’ 등을 히트시킨 ‘은방울 자매’와 ‘커피 한 잔’의 주인공 ‘펄 시스터즈’가 등장해 가요계를 평정한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주로 트로트풍의 노래를 부른 ‘은방울 자매’의 멤버 박애경과 김향미는 자매는 아니다. 둘이 솔로로 활동하다 54년 팀을 결성했다. ‘펄 시스터즈’의 배인순·배인숙은 쌍둥이 자매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포크록풍의 음악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가요계 걸그룹의 역사는

70년대의 대표 걸그룹은 ‘바니 걸스’였다. 71년 10대 후반의 나이로 데뷔한 고정숙·고재숙 자매는 깜찍한 외모에 미니스커트와 반바지 등 소녀 분위기가 물씬 나는 패션으로 남성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한때 군사정권에 의해 외래어 사용 금지명령이 내려지면서 ‘토끼 소녀’로 팀 이름을 바꿔야 했던 웃지 못할 사연도 있다. 80년대 초에는 임정희·임경희 자매가 결성한 ‘국보자매’가, 80년대 후반에는 ‘세또래’가 대표 걸그룹으로 활약했다. “나를 나를 잊지 마세요”로 시작하는 ‘내 모습이 쓸쓸해요’가 국보자매의 대표적인 히트곡. 이희정·김정임·우윤아 세 멤버로 이뤄진 ‘세또래’는 87년 ‘그대를 사랑해’라는 노래로 잠시 인기를 누리다 사라졌다.

요즘 걸그룹들처럼 ‘기획사에 의해 선발돼 훈련받은 소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이다. 가수 출신 음반제작자인 이수만이 키운 ‘S.E.S’와 이에 대응해 나타난 ‘핑클’이 양대 산맥을 형성하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걸그룹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들은 “여성 그룹은 음반이 잘 안 팔린다”는 당시 통념을 깨고 내놓는 앨범마다 수십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탄탄한 지지층을 형성했다. 이들의 성공에 힘입어 ‘베이비복스’ ‘샤크라’ ‘쥬얼리’ ‘슈가’ ‘천상지희’ 등 수많은 걸그룹이 꾸준히 가요계에 등장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컨셉트와 음악적 미숙함으로 쥬얼리 등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짧은 시간 활동하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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