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서 "증거확보" 주장] 정국 다시 급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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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 영수회담(지난 9일) 뒤 대화 쪽으로 움직이던 정치권이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 발표와 함께 급속히 대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영수회담 직후 '반짝 화해' 뒤 바로 갈등 관계로 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영수회담 증후군' 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12일 오전 당직자회의에서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야" 라고 불쾌감을 피력했다. 영수회담 후 처음으로 李총재가 여권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많이 걸린 검찰의 선거사범 처리에 대한 보고를 받고서다.

이어 저녁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검찰의 선거사범 기소와 한빛은행 수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반면 민주당측은 이를 "일방적인 정치공세" 로 규정하면서도 영수회담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는 당 지도부의 전략에 따라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 여야 공방=이회창 총재는 기소된 의원 15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당 차원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함께 힘을 모으자" 며 이들을 위로했다고 한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영수회담에서 합의한 상생(相生)의 정치가 사정(司正)기관을 동원한 뒤통수 치기냐" 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김현미(金賢美)부대변인은 "야당이 많으면 야당탄압이고, 여당이 많으면 우리가 부정선거를 한 결과냐" 고 비난했다.

◇ 국회 본회의 5분발언= 한나라당 이원창(李元昌.전국구)의원이 검찰의 신용보증기금 수사가 '왜곡.조작됐다' 고 주장하면서 파란이 일었다.

李의원의 주장은 ▶서울지검 특수부 모 검사가 B사장에게 '이운영(李運永)씨에게 돈을 줬다' 는 내용의 허위진술을 강요▶그 검사는 B사장이 말을 듣지 않자 '세무조사를 하겠다' 고 협박▶검찰 강요로 허위진술한 B사장이 풀려난 뒤 수사관이 '벌금 50만원 정도로 가볍게 해주겠다' 는 전화를 했다는 것.

그러면서 李의원은 "대화내용과 현찰 50만원을 증거물로 보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이례적으로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서영훈(徐英勳)대표 주변에 모인 의원들은 "국회에서 저러면 (검찰이) 소신껏 일을 못하지" 라며 일축하려는 분위기였다.

고정애.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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