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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방송 수준 드러낸 ‘아마존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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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MBC 5부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면서 다른 이들처럼 열광할 수 없었다.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시청률 20%대라는 건 분명 이례적이다. 밀림에서 큰 고생을 했다는 제작진의 용기 역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 자체가 대수는 아니다. 몇몇 포털 사이트가 거품을 문대로 이른바 명품 다큐도 아니다. 그걸 분명히 해두자. ‘아마존의 눈물’의 접근방식 자체가 내내 표피적 관찰에 머물고 있지 않던가?

그런 근원적 한계를 감상주의적 카메라 시선(소수민족을 동정한다는)과 개탄(아마존이 무너진다는)의 포즈로 얼버무리는 것도 드러난다. 나체로 돌아다니거나, 원숭이를 구워먹는 등 엽기적 그림에 기대어 시선을 끌려는 시도도 일부 보인다. 결정적으로 ‘아마존의 눈물’을 보고 또 본다 한들 소수종족의 삶에 대한 총체적 성찰이 가능할까? 그걸 물어야 한다. 그래서 문명·미개에 대한 편견까지 없앨 수가 있을까? 기대난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진정한 참여관찰(fieldwork)을 토대로 한 문화인류학 보고서를 여럿 알고 있다.

이를테면 전투적 성향의 아마존 종족인 야노마모를 다룬 첫 저술 『야노마모』는 미국 인류학자 나폴레옹 샤농이 1964년 발표했다. 7년 전 국내에도 이 책이 선보였지만, 이들의 전쟁풍속·문화는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골드러시 여파로 면역체계 없는 이 종족에게 치명적 질병이 확산되자 보호재단이 설립된 것도 20년 전이다. 아마존 지역 내 피다한 종족을 다룬 탁월한 읽을거리인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도 지난해 읽혔다. 언어학자 다니엘 에버렛의 이 책은 문명사적 울림의 감동을 안겨준다.

그 이전 미개문명에 대한 균형 잡힌 철학적 성찰은 철학자 레비스트로스가 보여줬다. 그들의 ‘야생적 사고(savage mind)’란 문명인의 이성·합리성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결론이다. 때문에 일본 인문학의 간판인 나카자와 신이치도 ‘야생적 사고’ 시리즈로 『곰에서 왕으로』 등 탁월한 저술 5권을 펴낸 바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 비춰 ‘아마존의 눈물’의 성취란 초라하다. 개운치 않은 건 따로 있다. ‘창사 기념 특집’ 타이틀부터 그렇다.

고급 다큐 내보낸 걸로 책임을 다했다고 착각할 지상파 방송은 나머지 시간을 그 요란하고 허접스럽기 짝이 없는 예능프로와 진부하기 짝이 없는 드라마로 채울 것이다. 그걸 케이블 TV가 재탕 삼탕 하면서 우리의 여가를 망치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것도 분명하다. 우리사회의 큰 걱정거리가 반문화·몰지성의 분위기인데, 그걸 부채질하는 진원지가 바로 TV다.

1920년대 영국 BBC는 방송 수준을 중류층을 위한 미들브로(middlebrow)로 설정했다. 한국의 지상파는 로브로(low brow)에 열중하고 있다. 하수구 문화 무한증폭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시청자는 ‘TV망국론’마저 들먹이는 판에 주무기관 방송위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욕설 등 방송 사고를 사후 심의하거나, 거창한 뉴미디어 정책을 주무른다며 허장성세로 시종하는 것일까? 미디어정책은 산업 이전에 기초적인 질부터 따질 때다. ‘아마존의 눈물’이 의미 있다면, 우리 방송 수준을 새삼 드러냈다는 점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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