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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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지난달 말 서울 양재동에 사는 정모(45)씨는 집 나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보안업체인 S사에 실종신고를 했다. 정씨는 올해 초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의 보호를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칩이 내장된 무선호출기(일명 삐삐)를 아들의 목에 걸어주었다. S사는 GPS 정보를 활용해 아이의 위치를 찾아 집으로 돌려보냈다.

#사례2=국내 유명 제약회사인 A사의 영업사원인 김모(31)씨는 거래처에 도착하면 GPS 단말기로 자신의 위치를 회사에 보고한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근무관리를 위해 지난해부터 GPS 단말기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깜빡 잊고 GPS 보고를 누락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로 관리담당자의 불호령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GPS의 이용이 대중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다양하고 실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첨단 기술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24시간 '감시 사회'가 올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 30만대에 불과하던 GPS 단말기 보급대수는 1년6개월 만에 10배 이상 증가해 지난 9월 현재 420만대에 달하고 있다.

정통부는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산업이 2007년께 3조9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1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길을 잃거나 위험에 빠진 노약자를 구조하는 것은 물론 사건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찰차에 GPS를 이용해 지령을 내려 사건 해결에도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인터넷 서비스와 결합, 자신 주변에 있는 상점이나 기관의 상세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GPS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16일에는 GPS를 몰래 부착해 놓고 판매한 차를 다시 훔친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GPS를 이용, 판매 차량의 위치를 추적한 뒤 미리 복사해 둔 자동차 열쇠로 차량을 훔쳐 이를 되팔아왔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특정인의 불륜 현장을 잡아 협박하거나, 윤락업주가 고용 여성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최근 '개인의 동의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제공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위치정보 이용 및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 국회에 상정했다. 위치정보의 무단 유출과 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란=인공위성을 활용해 현 위치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위치정보 서비스의 경우 GPS 수신기는 위성 신호를 계산해 현 위치를 파악, 이를 위치정보 사업자에게 전달한다.

사업자는 이를 지도정보 등과 연동시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뒤 고객에게 전달한다. GPS는 주변 도로의 지도를 보여주는 카내비게이션(운행정보 시스템), 특정인의 휴대전화 위치를 알려주는 '친구찾기' 서비스, 치매 노인이나 어린이를 위한 위치확인 서비스 등에 활용되고 있다.

손해용.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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