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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모델료 기탁한 화가·방송인 한젬마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어려운 화가를 위해 쓰고 싶었는데 마침 귀순한 화가 지망생이 있다길래 흔쾌히 돕기로 했습니다. "

팬틴샴푸 모델료로 받은 4천만원 전액을 최근 북한이탈주민후원회에 기탁한 화가이자 방송인 한젬마(30)씨. 韓씨는 광고 출연료를 생활고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화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키로 마음 먹고 대상자를 물색하던 중 내년에 홍익대 미대에 진학하는 귀순자 황영(34)씨를 소개받곤 선뜻 거금을 내놓았다.

韓씨는 또 黃씨를 통해 귀순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 듣고 광고 출연료 일부를 이들을 위한 생활안정기금에 보태기로 했다.

"귀순자들이 이렇게 세인의 관심 밖에서 소외받고 있는데 깜짝 놀랐어요. 더욱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정부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더군요. 한핏줄 동포에 대한 보다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

1972년 '귀순자후원회' 로 출발해 지난 97년 지금의 명칭으로 바뀐 이 후원회는 통일부 산하재단. 현재통일부 산하재단. 9백여명의 회원들이 십시일반 성의를 모으고 있지만 1천2백여명의 귀순자들을 돕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귀순자들의 실업률이 40%에 달해 진학을 통한 목표 성취는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韓씨는 기꺼이 홍보대사를 맡아 귀순자 돕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베스트셀러 '그림 읽어주는 여자' 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韓씨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10여차례의 개인 및 그룹 전시회를 가진 미술계의 차세대 재원.

95년부터는 광주비엔날레에서 그림 소개를 맡아 실력을 인정받은 뒤 'KBS 문화탐험' 등 TV.라디오 프로 5~6개의 진행을 맡으며 '미술 전문MC' 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왔다. 또 잡지에 정기 칼럼을 연재하고 책을 집필하는 등 미술평론가로도 부상하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에 머물러 있는 한국 현대미술은 이제 대중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는 그는 "사람 사이의 '관계' 에 천착하고 싶다" 고 앞으로의 작품세계를 내비쳤다.

박신홍 기자

*** 일랑 이종상 선생은 한국사람의 글이 한글인 것처럼 한국사람이 그리는 그림은 '한그림' 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동양화이든 서양화이든. 나도 "한그림을 그린다" 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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