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구입도 아웃소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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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림산업은 지난달부터 사무용품이나 건설현장에서 쓰는 소모품 구매를 전문업체에 맡겼다. 이 회사 총무담당 관계자는 "대량으로 물건을 사게 돼 구입 가격이 낮아졌고 구매 일손도 덜었다"고 말했다.

자질구레한 사무실 비품에서부터 공장의 간접자재에 이르기까지 회사 업무에 꼭 필요한 물건을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소모성 자재(MRO)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MRO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www.imarketkorea.com)는 지난해 1조5500억원어치의 자재를 고객업체에 공급했다. 이 회사의 고객업체는 창립 4년 만에 168개로 늘었고 이 중 36%는 올해 가입했다.

이에 힘입어 아이마켓코리아는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의 최대 업체로 자리잡았다. LG MRO와 엔투비 등도 올 상반기에 각각 3700억원과 1200억원의 MRO 거래 실적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운 신장률을 보였다. 이 두 업체는 아이마켓코리아와 합께 국내 3대 MRO 업체로 꼽힌다. 업계가 추산한 올해 MRO 시장은 7조원. 이 가운데 아웃소싱 시장은 수년간 해마다 평균 30%씩 급성장하고 있다.

회사 구매물품을 아웃소싱하자 처음에는 납품업체에 힘을 쓰던 구매부서 등의 저항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MRO 구매를 과감하게 외부에 넘기는 추세다. 구매 시스템을 개선해 원가를 절감하고 투명하지 못한 거래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마켓코리아의 현만영 대표는 "MRO 자재구매액은 기업의 전체 구매예산의 10%에 불과하지만 구매 소요 시간까지 따지면 전체 구매 업무량의 40%에 이를 정도로 복잡한 일"이라고 말했다.

MRO 아웃소싱의 단골 물품은 뭘까. 아이마켓코리아가 지난 8월까지 20개월간의 거래 실적을 집계한 결과 12만가지 거래품목 가운데 필기도구의 주문건수가 가장 많았다.

필기구를 포함한 사무용품 전체의 주문건수는 월 평균 3만4000여건으로 전체 주문건수의 3분의 1에 달했다. 하지만 판매금액의 비중은 1.8%에 지나지 않았다. 주문건수가 많은 상위 100대 품목의 평균 단가는 7420원이었다. 균일화하기 쉬운 값싼 물건일수록 아웃소싱했다는 이야기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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