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으로 농사짓던 땅 팔아 모교에 장학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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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아쉬움 속에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쓰였으면 합니다.”

평생 농부로 살아온 충북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신영환(72·사진)씨가 기력이 달려 농사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의 농토를 팔아 지역 초·중·고에 각각 1000만 원씩의 장학금을 기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신씨는 13일 자신의 모교인 황간초(42회), 황간중(7회) 영동고를 찾아가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각각 1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황간초 김진영 교장은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 너무 소중하고 의미있는 장학금을 기탁받았다”며 “장학금을 희사한 신씨의 고마운 뜻이 골고루 학생들에게 전해지도록 이 돈을 정기예탁해 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황간에서 태어난 신씨는 어렸을 적부터 앓아온 정신지체 장애로 결혼을 하지 못해 슬하에 자녀마저 없이 6600㎡의 논과 밭에 농사를 지으며 쓸쓸하게 살아 왔다. 그는 최근 쓸쓸한 황혼이 계속되자 얼마 되지 않는 전 재산을 처분하고 조용히 산 속 사찰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평생 삶의 터전이었던 논과 밭을 팔아 생긴 이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신씨는 자신이 앞으로 사찰에서 생활하는 동안 써야 할 돈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교의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신씨는 5월쯤 강원도의 한 사찰로 들어가 여생을 보내기로 계획을 세우고 현재 주변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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