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두발규제 전면 자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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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귀밑 3㎝' 로 상징된 중.고교의 두발 규제에 대한 학생들의 인터넷 저항운동이 교육당국으로부터 전면 자율화라는 선언을 받아냈다.

교육부는 4일 대회의실에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회의를 열고 "이달 안으로 시.도별, 학교별로 학생.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두발.교복과 관련한 새로운 학생 선도 규칙을 자율적으로 만들라" 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또 강제 삭발 등 학생 인권을 무시한 강제 조치는 전면 금지하고 '귀밑 3㎝' 등 일률 제한을 하지 않도록 했다.

지난 5월 학생들의 두발 제한 반대 서명운동 '노 컷(No Cut)' 인터넷 사이트(http://www.idoo.net/nocut)가 출범한 이후 사이버 두발 자유화 운동이 벌어지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긴급 회의를 열고 진화에 나선 것이다.

◇ 두발.교복 전면 자율화=교육부 송영섭(宋永燮)중등교육과장은 "교육부 훈령을 기초로 만들어진 각 학교의 학생 선도 규칙은 일제시대의 유산" 이라며 "학생을 아무런 근거 없이 통제하는 시대는 지났다" 고 말했다.

宋과장은 "블리치(부분 염색)의 허용 여부나 머리핀 등 액세서리 허용, 교복 치마 대신 바지 입기 허용 등 역시 학교가 학생들과 논의해 결정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분염색을 허용하는 학교도 나올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상당수 학교는 1983년 교복.두발 자율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학생 생활지도를 이유로 '앞머리 3㎝' '귀밑 3㎝' 등 규정과 교복 착용을 요구해 왔다.

◇ 인터넷 저항= '청소년연대 with' 등은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두발 제한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전국 중.고등학생연합은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에서 집회를 갖고 두발 제한 철폐를 요구하는 학교민주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학생들은 특히 두발 문제를 단위 학교 안에서 해결하기보다는 교육부 홈페이지(http://www.moe.go.kr)에 하루 수십여건의 e-메일을 보내 교육부가 학교당국에 변화를 요구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S고 관계자는 "학생들의 항의 e-메일을 본 교육부와 교육청이 실태조사를 벌이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고 말했다.

◇ 자율화 반대=일부 교육청 중등교육과장들은 "두발.교복 등에서 학생에게 양보하게 되면 학생들이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시비를 걸게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K고 학생부장은 "학생은 학생일 뿐" 이라며 "몸집이 성인과 다름없는 학생들을 교복이나 두발 제한 없이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중학교 3학년 학부모 윤모(46.주부.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학생들이 염색을 허용해 달라고까지 요구하지는 않을 것" 이라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보는 훈련이 지금 학교에서는 필요하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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