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한국어 공부 중] 1. <메인> "한류에 반해서… 비즈니스 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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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 붐은 국내에서도 느낄 수 있다. 6일 연세대 주최로 교내 노천극장에서 열린 외국인 백일장에는 57개국 934명이 참가했다. 박종근 기자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에 한국어 배우기 붐이 일고 있다. 훈민정음 반포 558돌이 되는 한글날(9일)을 맞아 세계인들이 얼마나, 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난달 우리 정부가 실시한 8회 한국어 능력시험에는 전 세계에서 1만7531명이 지원했다. 지난해보다 44%(5344명)가 늘었고, 1회 시험에 비하면 6.5배나 된다. 전체 지원자 가운데 약 90%는 외국인이고, 나머지는 해외동포다. 일본인 응시자가 6000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베트남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두세배 늘었다.

일본에선 폭발적인 붐이 일고 있다.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 4년제 대학이 1995년 143개(4년제 대학의 25%)에서 지난해는 335개(48%)로 증가했다. 올 들어선 와세다(早稻田)대 등 상당수 대학이 서둘러 강좌 수를 늘리느라 강사 확보에 애를 먹었다. 고교에서도 수강생이 늘고 있고, 지오스.ECC 등 대형 외국어학원 체인들도 올 4월부터 앞다퉈 강좌를 개설했다.

중국.동남아도 마찬가지다. 영어 다음으로는 일본어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던 것은 과거의 얘기다. 요즘은 한국어 바람이 뜨겁다. 그동안 한국어 불모지나 다름없던 유럽.중동 등지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현지인이 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유명 대학의 국문과 대학원생의 경우 세명 중 한명꼴로 외국인인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붐은 한류(韓流), 한국의 경제 발전 등 여러 요소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권영민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경제력이 커진 한국의 문화가 점차 알려진 데다 국제적으로 아시아 대륙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어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인.외국인들의 힘도 크다. 홍콩 한인상공회는 한국계 기업.금융기관 현지 직원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의 '한국.조선어 교육 네트워크'에는 고교 한국어 교사 등 150여명이 활약 중이다.

이 덕분에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크게 늘고, 한국의 위상도 높아졌다. 기업은행 홍콩지점 직원 천옌펀(陳燕芬)은 "한국어를 배운 뒤 한국 직원들과 인간적인 친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도쿄 외국어대 교수는 "과거 일본인들은 대부분 역사문제 때문에 한국어를 배웠다. 그러나 하루 1만명 교류 시대가 된 요즘은 한국에 대한 순수한 관심이 학습 동기"라고 말했다. 또 "웬만한 일본인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언어로 한.일 간의 마음이 통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의 한국어 수출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 강사 양성, 교재 개발 등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특별취재팀 <dayyou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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