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배우 목소리 우리말로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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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앞으로는 클라크 게이블이나 비비언 리가 '육성으로' 들려주는 한국어나 일어를 통해 미국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를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일본의 음성번역 연구기관인 ATR음성언어통신연구소와 세이케이(成蹊)대학은 외국영화의 일본어 번역대본을 컴퓨터로 처리한 출연배우의 실제 목소리에 얹어 녹음하는 더빙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했다고 3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화면과 함께 녹음된 외국 배우의 실제음성을 디지털 기호로 변환한 뒤 이를 통해 다른 언어로 번역된 대사를 재생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외국영화의 번역 더빙에는 성우의 목소리를 사용함으로써 출연 배우의 실제 연기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 언어의 차이 때문에 성우의 발성과 배우의 입놀림이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ATR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출연 배우의 표정연기를 건드리지 않은 채 입의 움직임만 마치 번역된 일본어를 직접 말하는 것처럼 가공 처리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했다.

ATR는 영화의 경우 출연 배우의 목소리뿐 아니라 배경음도 많이 녹음돼 있어 새 더빙기술을 적용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우선 자동통역시스템이 달린 TV전화를 대상으로 실용화할 계획이다.

도쿄= 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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