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 고유가 '두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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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고유가 시대엔 미국보다 프랑스를 닮아라'.

뉴욕 타임스(NYT)는 5일 1970년 오일 쇼크 이후 정부가 적극적으로 석유 수요를 억제한 프랑스와 석유 소비를 방치해 온 미국의 경우를 비교, 소개했다. NYT는 지속적인 에너지 절감 노력과 원전 확대 정책을 편 프랑스가 미국보다 최근의 고유가 충격을 덜 받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 졸라맨 프랑스, 흥청망청 미국=미국과 프랑스의 출발은 같았다. 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두 나라는 모두 기름 절약을 선택했다. 72년 배럴당 1.85달러였던 아라비아산 경질유값은 81년 40달러선까지 치솟을 만큼 고유가의 충격이 컸던 때문이다. 미국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정책을 도입했다. 차량의 최대 속도를 시속 90㎞(55마일)로 제한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미국은 프랑스와 다른 길을 택했다. 차량들은 고속도로를 시속 120㎞(75마일)까지 달렸고, 신형 자동차의 연비는 87년 갤런(3.8리터)당 27.5마일에서 90년대 들어 24마일로 떨어졌다. 프랑스 석유전략컨설팅사 석유전략가 피에르 테르지앙은 "여기엔 중동에 대한 개입 등 필요하면 힘으로 값싼 석유를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자만감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프랑스는 줄곧 원유 사용을 줄이는 길을 택했다. 미국이 세금 인상을 언급하는 것조차 꺼릴 때 프랑스는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유류세를 대폭 올렸다. 프랑스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달러를 넘고 이 중 3.75달러가 세금이지만 미국은 갤런당 평균 1.90달러에 세금은 41센트에 불과하다. 또 일반 엔진보다 기름 소모량이 30% 적은 디젤엔진을 장착한 승용차의 판매를 권장, 현재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66%가 디젤엔진 차량이다. 미국의 디젤차 판매는 0.5%에 그치고 있다.

◆ 대체 에너지 개발도 차이=프랑스는 원전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의 비중이 프랑스는 80%에 이른다.

반면 미국은 20%에 그치고 있다. 오일쇼크 이후 프랑스 정부는 화력발전소를 원전으로 속속 대체했다. 당시 프랑스의 원유 자급률은 3%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79년 3월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원전 사고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미국 정부로선 당장 휘발유 값을 높이거나 세금을 많이 매길 수 없다는 게 고민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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