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비만 기준 재정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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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인의 비만기준을 강화하자' .

세계보건기구 아.태지부와 대한비만학회는 1일 서울에서 개최된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창립총회에서 한국인 등 동양인의 비만기준을 새롭게 제정,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비만의 새 기준과 최신 치료경향을 소개한다.

◇ 한국인의 비만기준이 더욱 엄격해졌다=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 체질량지수. 지금까지 비만기준은 30 이상이다. 1백70㎝의 키라면 86.7㎏ 이상부터 비만인 셈이다.

그러나 아.태비만학회장인 이언 케터슨 호주 시드니의대 교수는 "체질량지수 30은 서구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준" 이라며 "동양인은 서구인에 비해 같은 체격이라도 근육이 적고 당뇨와 심장병 등 합병증이 잘 생기므로 25로 비만의 기준을 강화했다" 고 밝혔다.

동양인의 경우 1백70㎝의 키라면 72.3㎏만 넘어도 비만으로 봐야 한다는 것. 과거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모체의 자궁 내에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사람들이 나이 들어 갑자기 영양과잉 상태에 빠지는 것도 동양인의 비만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 췌장 등 열량을 조절하는 인체기관에 갑자기 큰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 비만은 치명적인 질환이다=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비만의 5년 치료율은 10% 이하로 평균 5년 생존률이 30%를 웃도는 암보다 훨씬 치료가 어렵다" 고 강조했다.

비만한 사람은 정상체중을 지닌 사람보다 사망률이 90%나 높다. 뚱뚱하면 암에 걸릴 확률도 남성의 경우 33%, 여성은 55%나 증가한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성기능 장애는 물론 요통이나 코골이.담석증도 뚱뚱한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 비만치료제가 나온다=비만극복의 큰 흐름은 약물치료. 최근 획기적인 비만치료제가 잇따라 등장했기 때문. 미 식품의약국의 공인을 거쳐 2001년초 국내에도 시판허가가 내려질 리덕틸과 제니칼이 바로 그것. 1990년대초 미국에서 유행했다가 부작용으로 허가가 취소된 펜펜 등 중추신경억제제와 달리 부작용이 적은 것이 특징. 리덕틸은 식욕을 억제하고 열량소비를 늘리는 약물이며 제니칼은 장내에서 지방 흡수를 차단해 체중을 줄이는 비만치료제다.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는 "복용 12주 후 기존 체중의 7~12%를 감량하는 효과가 있다" 고 밝혔다.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거나 23 이상이더라도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비만합병증이 있는 경우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전체 비만환자의 7% 가량이 약물치료의 대상이나 리덕틸의 경우 입마름증, 제니칼의 경우 지방변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의사의 처방이 필수적이다.

◇ 행동요법도 있다=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은 변함없는 비만극복의 핵심. 그러나 무조건 강요하기보다 정신과적 상담치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도해내는 행동요법이 각광받고 있다.

서울 반포동 B&I클리닉 김준기 원장(정신과)은 "행동요법은 1주에 0.5~1㎏씩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지만 치료 후 다시 살이 찌는 재발률이 낮다는 것이 장점" 이라고 설명했다.

넉달간 치료 후 평균 11㎏의 체중이 줄었으며 치료 후 11개월에도 7㎏의 체중감량 효과가 지속됐다는 것.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폭식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는 방법 등 비만을 극복하는 생활요법을 배우게 되며 대개 3개월 단위로 외래에서 치료가 이뤄진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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