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관전평]준비부족에 불운 겹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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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전반적으로 한국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우선 이봉주의 부진에 대해서는 매스컴을 비롯한 온 국민의 관심에 심적으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TV 화면상으로 이봉주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15㎞ 이후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져 무엇인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했다.이봉주의 사고는 한국 마라톤 사상 최대의 불운이 덮친 것으로 판단된다.

나머지 백승도와 정남균이 부진했던 것에 대해서는 코스에 대한 난이도와 레이스 전략의 시시비비를 떠나 다른 면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호주의 도로는 한국과 반대로 차량들이 좌측 통행한다.우측 통행인 한국에서 훈련한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왼쪽 다리의 힘이 발달돼 있다.중앙선에 비해 인도쪽 도로가 낮아 자연스럽게 힘이 많이 들어가는 왼쪽 다리가 발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한국 선수들이 좌측 통행인 호주의 도로를 달릴 때는 반대로 오른쪽 다리에 힘이 더 많이 쏠려 페이스가 예상 외로 빨리 떨어지는 현상을 맞게 된다.

백승도와 정남균이 중반 들어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진 배경에는 스피드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한 요인도 있지만 이같은 도로 사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지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온도가 섭씨 21도로 다소 높았고 습도(18%)가 갈증을 쉽게 유발할 정도로 낮아 마라톤에 적합한 날씨는 아니었다고 본다.레이스 초반 초속 8~9m로 부는 맞바람도 선수들이 레이스를 주도하기에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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