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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들 "그래도 테헤란 밸리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지금이 오히려 기회다."

위기에 처한 테헤란 밸리로 승부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386세대 간판 변호사인 김&장법률사무소의 박병무(39)씨는 지난달 22일 로커스가 인수한 벤처기업인 코아텍시스템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최대의 로펌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아온 그는 기업 흡수.합병에 참여하면서 벤처의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뜨자 곧바로 변호사 생활을 접었다.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 당시 비서실의 기획담당 상무로 뛰어난 기획력을 발휘한 지승림 삼성중공업 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도 지난달 디지털 데이터방송 벤처인 4DL의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이들은 "지금은 일시적인 조정" 이라며 "멀리 보면 벤처와 정보통신을 빼고는 한국경제에 다른 대안이 없다" 며 벤처행을 택했다.

이에 앞서 이필곤 전 서울시 부시장이 이네트 경영고문으로 영입됐고, 옷로비 사건에 휘말려 물러났던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도 로우시컴이란 법률 포털 인터넷회사를 세워 얼굴을 내밀었다.

김 전장관은 7개 창투사로부터 1백억원을 유치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오프라인으로 옮겼다가 벤처행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용삼 SK글로벌 전무이사는 탑헤드닷컴의 부회장으로 옮겼고, 재경부 출신의 삼성증권 이형승 이사는 벤처컨설팅 회사인 V소사이어티의 대표로 갔다.

어려움 속에서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벤처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옥션과 씽크프리는 지난 8월 80여명의 인력을 추가로 채용했으며 프리챌과 이네트는 코스닥 폭락 이후에 사원수를 오히려 2배 이상 늘렸다.

옥션의 배동철 기획이사는 "지금이야말로 전문 인력을 확보할 좋은 기회" 라며 "우수한 인력이 뒷받침돼야 수익모델도 기대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벤처업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프리챌의 전제완대표는 최근 1백50억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한 뒤 사무실 문을 걸어 잠갔다.

그는 "60여명의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 이라며 "수익모델을 확실하게 보여주기까지는 외부 인사를 만나지 않을 작정" 이라고 말했다.

영림원 소프트랩도 지난 봄부터 투자확대에 나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선보이고 자문교수단 위촉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크게 올렸다.

권영범사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을 튼튼히 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고 비결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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