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 많은 학교 학생들 수능 성적 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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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한 교사가 많은 학교일수록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9일 ‘교원노사관계 평가와 발전방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논란이 된 연구는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교원노조와 학업성취도와의 관계’였다. 이 교수는 “2004년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조사 대상에 포함된 일반계 고교 3년생 200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교조 가입교사 비율이 10% 높으면 학생의 수능 언어영역 표준점수가 0.5~0.6점, 백분위 점수는 1.1~1.3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외국어영역도 전교조 가입 교사 비율이 10% 높으면 표준점수는 1.1~1.3점, 백분위 점수는 1.5~2점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점수는 서로 다른 영역이나 과목 간 문제의 난이도 차이를 감안해 원점수로부터 산출한 점수다. 백분위점수는 전체 응시자 중 자신의 성적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가입교사 비율과 수능 성적과는 별 관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담임교사의 전교조 가입 여부도 수능 성적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며 “교사 개인이 아니라 학교 경영 등 집단적인 경로를 통해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연구에 사용한 KEEP는 청소년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디로 진학해 어떤 직업을 갖는지를 파악하려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만든 지표다. 이 교수는 “학교별 교원노조 가입교사 비율과 학교별 수능 성적 자료만으로 분석하면 가정 형편이나 사교육비 지출 등 다른 요인을 고려할 수 없어 그런 정보가 포함된 KEEP 자료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전교조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국에서 고교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은 광주시는 전교조 교사 비율이 가장 높은데, 이는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반박했다. 또 교원단체 회원 1인당 서울대 합격자 수도 전교조(0.11명)가 교총(0.04명)보다 훨씬 많다는 자체 조사내용도 공개했다.

가톨릭대 성기선(교육학과) 교수는 “(이 교수는) 2004년에 고 3이었던 학생의 그해 수능성적을 봤는데, 학교나 교사의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입학 당시 성적이 졸업 때까지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며 “방법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성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당국과 교원노조 간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 법령·조례와 상충하거나 정부나 사학의 고유 권한을 침해할 만한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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