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건물 10채 중 9채 지진에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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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시내 건물 10채 중 9채가 지진에 무방비 상태다. 서울시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시내 건물 62만8325채중 내진 설계가 확인된 곳은 6만1919채(9.8%)이고 나머지는 내진설계가 안 돼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 됐다.

서울 대치동의 포스코센터는 웬만한 지진에도 끄떡없지만 서울 서소문동의 시청 별관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다. 1995년 완공된 포스코센터는 규모 6.0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하지만 시청 별관은 73년 4층에서 15층으로 증축하면서 내진설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탓이다.

이건기 서울시 신주택정책기획단장은 “내진설계 규정이 88년에야 건축법에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행 건축법은 3층 이상이나 총면적이 1000㎡ 이상인 건물을 신축할 때 반드시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정했다. 3층 미만이거나 총면적 1000㎡ 이하의 건물은 건축주가 내진설계를 할 것인지를 자율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두호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건물재난안전팀장은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하면 오래된 건물에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5층 이상의 건물에 내진설계를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별 내진설계된 건물의 비율을 보면 신축 건물이 많은 강남구(24%), 송파구(22%), 서초구(20%)가 높다. 반면 용산구(6.4%), 종로구(6%), 중구(6%) 등은 낮다. 지하철도 지진에 취약하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의 경우 전체 143.1㎞ 구간 중 내진설계가 된 곳은 15.8㎞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개통한 5~8호선은 전 구간이 내진 성능을 갖추고 있다. 한강 다리 20곳은 내진성능 보강작업이 끝나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양 팀장은 “내진성능이 필요한 일반 교량·고가도로 등은 2012년까지 보강작업을 마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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