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록특사 미국방문에 대한 유엔 외교가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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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뉴욕〓신중돈 특파원]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데 대한 유엔 외교가의 반응은 한마디로 '의아하다' 는 것이다.

국방 관계자가 특사로 선정된 점이 특이하고 거기엔 뭔가 배경이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趙부위원장에 대한 공식 초청자(official host)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다. 그렇다면 양국간 고위급 회담은 민간인과 군인간에 이뤄지는 셈인 것이다.

유엔 외교가는 趙부위원장이 특사로 선정된 이유를 세가지로 꼽고 있다.

우선 趙부위원장이 북한내 실질적인 권력서열 2인자이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릴 수 있는 핵심 인물이란 점이다.

양국간에 걸린 현안들을 소신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 실세라면 특사로서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측은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趙부위원장을 특사로 보냄으로써 자신들의 그같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실제 회담에서도 그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고나올 것이란 지적이다.

셋째는 趙부위원장을 통해 북한이 미국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모처럼 화해 분위기로 돌아선 북.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북한은 미군 유해 반환 카드를 통해 미국을 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엔 외교가는 실종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군사 최고위 책임자인 趙부위원장이 직접 거론할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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