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정준양 포스코 회장 만난 워런 버핏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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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본사에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만났다. 정 회장이 기념 촬영을 제안하자 버핏이 “재미있게 찍자”며 자신의 지갑을 꺼내 함께 맞잡고 포즈를 취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다. 포스코를 좀 더 일찍 찾아냈더라면 더 많이 투자했을 텐데 아쉽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본사에서 포스코 정준양 회장을 만났다. 버핏은 포스코 지분의 약 4.5%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지만, 포스코 최고경영자 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 포스코 주식을 더 샀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며 “앞으로 지분을 더 늘리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에 대해 조언해 달라’는 포스코 참석자들의 요청을 받고는 “결혼할 때는 배우자의 있는 그대로가 마음에 들어서 하는 것이다. 포스코의 모든 부문에 만족했기 때문에 주식을 샀다”고 설명했다.

버핏 회장이 지난해 2월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형식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의 포스코 보유주식은 총 394만7554주이며, 금액 기준으로 코카콜라 등에 이어 11번째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는 포스코 투자를 통해 지갑을 불려왔다.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주당 15만4000원 시절에 348만6000주(5억7200만 달러)를 매입했고, 이후 지분을 더 늘렸다. 포스코 주가는 19일 현재 60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포스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며 지분 확대를 언급하는 데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2007년 초 포스코 투자 사실이 처음 알려진 이후 버핏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포스코를 치켜세웠다. 2008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총에서는 “몇 년 전 한국에서 상당한 돈을 벌었다”며 “더 많이 투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또 이듬해인 지난해 5월 주총에서는 “한국에는 포스코 같은 좋은 기업이 많아 (한국 경제는) 향후에도 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의 절친한 친구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인 찰스 멍거도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곳이 세계에서 세 나라뿐인데, 한국이 그중 하나”라며 “포스코는 최고의 기업”이라고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해외 CEO 포럼’ 참석에 앞서 오마하에 들러 버핏을 만났다. 면담 직전까지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정작 만나는 자리에서 버핏 회장은 특유의 소탈함으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초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할 당시 “왜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 하느냐”며 반대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면담에서는 “포스코는 재무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 인수합병을 적극 환영한다”며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추진을 적극 지지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또 포스코의 인도 투자에 대해 먼저 질문하면서 “철강산업은 잘 몰라도 포스코가 잘하는 건 안다”며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다.

버핏 회장은 “2007년 대구 방문은 좋은 경험이었다”며 “올가을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버핏 특유의 지갑 세리머니로 정 회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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