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 장관급회담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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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됐다.

경협 실무기구 설치와 경평 축구 부활, 교수.대학생 교류 등에도 합의가 이뤄져 비(非)정치.군사 분야의 남북 관계 기상도(氣象圖)는 화창할 것임을 예고했다.

◇ 속도 내는 이산가족〓박재규(朴在圭) 남측 수석대표와 전금진(全今振) 북측 대표단장은 이산가족 생사확인.서신교환.면회소 설치 및 운영을 올해 말부터 적극 추진한다는 합의를 이뤄냈다.

2차 금강산 적십자회담(20~23일)에서 남측은 '연내 생사확인 마무리' 와 서신교환 실시를 거세게 밀어붙였었다.

북측은 '점진적 실시' 만을 고집해 9, 10월 1백명씩의 생사확인과 11월 3백명씩 서신교환 등의 '시범사업' 만 합의했었다.

면회소 설치 또한 금강산만을 고수하는 북측 태도로 기약없이 3차 적십자회담(12월13~15일)으로 미뤄졌었다.

남측은 이날 수석대표 접촉에서 "9월 초 비전향 장기수 송환 직후 면회소가 설치됐어야 했다" "시범단계는 이제 그만 털어내자" 며 북측의 성의를 거듭 요구했다.

비료 30만t에 이어 식량 60만t 지원이 확정된 직후라 남측의 톤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얘기다.

◇ 식량 분배 투명성 재요구〓남측은 50만t 식량차관의 분배과정 투명성과 관련, "구두합의 수준 이상으로 더 구체적이고 성실하게 이행해 달라" 고 촉구.

당초 차관제공 합의서에 '분배 투명성을 보장한다' 는 조항은 있지만 '남측 또는 국제기구 대표의 현장확인 허용' 이 구두로만 합의돼 논란 조짐이 있었다.

분배 투명성과 관련, 1996년 강릉에 침투한 북한 잠수정 내에서는 미 구호단체가 지원했던 통조림이 발견되기도 했다.

◇ 경협, 사회 문화는 기대〓남측이 비료.식량을 지원하는 반면 북측은 남측의 경협 제도화 요구에 긍정적으로 응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신설될 경협 실무기구는 경의선 연결과 청산결제.분쟁조정 등 경협 전반을 다루게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경협 실무기구는 자원의 공동 개발과 공업.농업.건설.금융.관광.환경 등 각 분야의 경협사업도 협의하게 될 것" 이라며 "첫 시범사업은 임진강 공동수방사업이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시범사업' 으로 시작할 교수.대학생 교류는 향후 활성화할 경우 남북간의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다.

제주〓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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