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이 없다…값 파동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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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겨울철 불청객 유행성 독감 예방접종에 비상이 걸렸다. 본격적인 접종철에 접어들면서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백신이 부족해 특히 보건소들은 접종을 미루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약품 도매상들이 지난 봄 맺었던 보건소.의원 등과의 공급계약을 파기하는 사태도 빚어져 백신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독감백신 파동이 우려되고 있다.

◇ 실태〓경북 경주시보건소는 지난 4월 서울 W약품과 2만6천명분의 백신을 ㎖당 3천7백50원(총 4천8백75만원어치)에 납품받기로 계약했으나 지난 26일 W약품측이 계약을 파기하는 바람에 예방접종을 받으려는 시민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W약품측은 위약금 4백여만원을 물었다.

W약품 관계자는 "백신 가격이 두배 가량 오를 것으로 보여 위약금을 물더라도 계약을 깰 수밖에 없었다" 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보건소와 의원들도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내 각 보건소는 지난 3월 총 22만여명분을 계약했으나 제약회사가 공급할 수 있는 양은 18만여명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 가격도 20~30% 가량 올랐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김재면(金在勉)원장은 "예년에는 늦어도 9월말이면 물량을 확보했지만 올해는 3백명분을 주문했는데 받지 못했다" 고 말했다.

지난 25일 접종을 시작한 광주시 남구보건소의 경우 지난해 하루 7백~8백여명에 불과했던 접종 희망자가 올해는 3천여명으로 늘어났다. 보건소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기 전에 백신을 맞으려는 가수요까지 있어 오전 7시부터 줄을 서 2시간 이상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고 말했다.

◇ 원인〓독감 백신 부족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균주 원액 생산이 늦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 통상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4월께 유행이 예상되는 바이러스 균주를 발표, 거점 생산지역을 정해 생산토록 하는데 올해는 균주 발표 자체가 늦어 원액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제당 제약사업본부 마케팅팀 신동협(申東浹)대리는 "보통 7월에 마무리되던 백신 원액 수입이 올해는 8월 중순까지 늦춰졌다" 며 "이에 따라 독감 백신이 10월에야 본격 출시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가격 상승 요인으로 ▶원액 수입가가 20% 오르고▶포장이 최대 2회분으로 소량화(기존 6~10회분)된 것을 꼽았다.

◇ 대책〓국립보건원은 균주 원액 공급이 늘어나면 제약회사들이 백신을 예년 물량만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원은 특히 이해 부족으로 인한 과잉수요가 물량 부족을 가중시킨다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보건원은 ▶65세 이상 노인▶호흡기.심장질환자▶임산부▶당뇨.암환자 등을 제외한 건강한 시민들은 독감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황선윤.천창환.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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