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기꾼'에 당한 '부유층 애마부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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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복고.서울대 법대 졸업. 사시.행시 합격 후 미국 예일대 로스쿨 수료' .

검사.국제변호사를 사칭해 부유층 부녀자들로부터 수십억원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28일 서울 서초경찰서가 구속영장을 신청한 모 승마관련 사단법인 회장 張모(44)씨가 내세운 '간판' 이다.

張씨가 대기업 임원 부인인 R씨(50대)를 처음 만난 것은 1995년 경기도의 한 승마클럽에서. 張씨는 "돈 많은 집 사모님들이 많이 드나든다" 는 친구의 귀띔으로 클럽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클럽은 가입비 3백만원에 월 회비를 50여만원 내야 하는 고급 승마장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 클럽 대표를 맡고 있던 R씨는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張씨에게 속아 올해 초까지 내연의 관계를 맺으며 자신 소유의 건물을 판 8억6천만원 등 모두 10억여원의 금품을 뜯겼다. 승마장의 경영권도 넘겨주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張씨는 97년 전직 대기업 임원 부인인 K씨(50대)에게 "내가 국정원 파견 검사인데 친한 기업인들에게 명예퇴직한 남편 일자리를 알아봐주겠다" 며 소개비조로 6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이렇게 승마클럽에서 만난 전직 교수.화가.방송인 등 6명의 여성에게 신분을 속이고 접근, 금품을 뜯어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張씨는 초등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 그러나 만나는 여성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위조한 법대졸업장.외국 박사학위증.사법연수원 수료증 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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