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리원허 스파이 취급은 오류" 이례적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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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중국이 미국의 핵기밀을 훔쳤다" 는 뉴스를 터뜨려 중국계 핵물리학자 리원허의 구속사태를 주도했던 미국의 뉴욕 타임스가 최근 리원허가 무혐의로 풀려나자 26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보도에 문제점이 있었다" 고 시인하는 사과문을 크게 게재했다.

편집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된 이 사과문은 '(뉴욕)타임스와 리원허' 라는 제목으로 2면에 3단 크기로 실렸으며, 1천6백80자 분량으로 돼 있다.

이같은 사과문 게재는 권위지인 뉴욕 타임스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중국계 과학자를 뚜렷한 증거없이 중국의 핵스파이처럼 몰고간 오만한 보도 방식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여겨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3월 6일 "중국이 1980년대부터 뉴멕시코의 로스앨라모스 국립핵연구소에서 미국의 핵기밀을 훔쳐 자국의 핵폭탄 개발에 이용했다" 고 밝히고 "이와 관련해 FBI는 핵연구소의 중국계 미국인 연구원을 용의자로 보고 있다" 고 보도, 당시 로스앨라모스 연구원이었던 리원허가 핵기밀을 중국에 넘겨준 것처럼 암시했다.

보도가 나간 지 이틀 뒤 리원허는 연구소에서 해고됐고 9개월 뒤인 99년 12월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지난 13일 석방됐다.

뉴욕 타임스는 "첫 보도 당시 리원허에 대한 FBI의 수사가 단정적이며 불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하긴 했으나 이후 그같은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추적하지 않아 균형있는 보도에 실패했다" 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오류에 대한 책임은 수사의 문제점을 파고들 지않은 취재진에 있다" 고 사과문에서 못박았다.

한편 리원허 사건을 수사한 FBI 책임자 루이스 프리는 26일 상원 청문회에서 "수사는 정당했으나 리원허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지나친 면이 있었다" 고 시인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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