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전면투쟁’ 오자와-다나카 전 총리 닮은 점과 다른 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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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일본 민주당 간사장이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도쿄 지검 특수부에 대해 ‘전면투쟁’을 선언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와 대결해본 경험이 많고, 민주당의 최대 실세이고, 비교적 세심하게 정치자금을 관리해 왔다는 점이다.

오자와의 정치적 스승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다. 두 사람은 모두 ‘지략·담력·경험을 겸비한 맹장’이란 평을 받는다. 그래서 두 사람은 ‘닮은꼴’이라고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다나카는 총리에서 물러난 1976년 미국 록히드사로부터 5억 엔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돼 기소당했다.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93년 다나카가 숨질 때까지 오자와는 다나카 재판을 모두 방청하면서 검찰과 대결했다. 자신의 후견인이던 가네마루 신(金丸信) 전 자민당 부총재가 민간기업인 도쿄 사가와큐빈(佐川急便)으로부터 5억 엔의 부정헌금을 받은 혐의로 도쿄지검에 기소됐을 때도 오자와는 앞장서 싸웠다. 그래서 그는 최근 “당시 사건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를 계기로 오자와는 정치자금 개혁에도 앞장섰다. 오자와는 개인·기업이 정치인에게 헌금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당에 주도록 하자고 주장했고, 나중에 실현됐다. 또 민주당 대표였던 2007년에는 자신의 정치자금 관리 단체인 리쿠잔카이(陸山會) 사무소의 경비 문제가 발생하자 2003~2005년분 영수증을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사적 방문’이라며 자동차 렌트 비용 등을 당에 청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오자와에게 정치자금이 필요한 이유는 다나카에게서 배운 ‘수의 정치’ 때문이다. 다나카는 ‘정치는 (국회의원) 숫자’라고 믿었다. 그래서 ‘금권 정치’를 펼쳤다. 오자와는 이 수준은 아니지만 자신의 정치자금을 들여 ‘자기 사람’들을 듬뿍 지원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등 민주당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오자와가 지난해 정치자금 문제로 대표를 사임했을 때의 민주당은 야당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최대 집권 정당이다. 민주당 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140여 명은 친오자와 계열이다. 오자와가 지난해 12월 국회의원 140여 명 등 600여 명을 데리고 중국을 방문한 것도 검찰을 의식해 ‘수의 대결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오자와 정치 자금 문제의 골자는 그의 비서가 니시마쓰(西松)건설에서 받은 3500만 엔을 허위기재한 점, 리쿠잔카이가 2004년 구입한 토지 대금 등 4억 엔의 수입·지출을 정치자금수지 보고서에 기록하지 않은 점 등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5일 최대 관건은 ‘투명성, 합법성, 공사(公私) 구분’이라고 보도했다. 검찰은 오자와가 이를 위반했다는 증거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에도 한계는 있다. 일부 증언은 나오지만 아직 오자와가 불법과 편법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는 증거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계 최대 실세를 계속 압박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18일 열리는 정기국회도 검찰 수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올여름에는 자민당 정권에서 임명됐던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난다.

결국 관건은 민심이다. 올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중·참의원을 모두 석권하게 된다. 그러면 검찰 수사는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아는 검찰의 집요한 ‘추적 수사’와 오자와의 ‘수의 정치’ 간에 치열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오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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