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누가 연달아 많이 지나, 경쟁 붙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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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6연패 수렁에 빠진 삼성 때문에 프로농구 하위권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안준호 삼성 감독(오른쪽)이 원정 경기 도중 이승준을 투입하며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 [뉴시스]

‘연패 바이러스’가 2009~ 2010 프로농구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시즌 맹위를 떨치고 있는 ‘연패 바이러스’는 하위팀 사이에서 돌림병처럼 돌고 있다. 한 번 걸리면 좀체 낫지 않고, 회복하는가 하면 금세 다른 팀으로 옮겨가는 게 영락없는 바이러스다.

하위권 순위는 ‘연패 바이러스’에 따라서 출렁이고 있다. 초반에는 전자랜드가 13연패로 무너졌고, 이어서 SK가 13연패를 이어가며 추락했다. 뒤를 이어 오리온스도 9연패를 당했다. KT&G의 경우 객관적인 전력이 약해 고전하고 있다. 이 4개 팀이 하위로 처지면서 ‘4약 체제’가 굳어졌다.

그런데 최근 삼성이 심상치 않다. 꾸준히 5할 승률을 유지하던 삼성은 지난 7일 테렌스 레더를 KCC에 보낸 뒤 연패에 빠졌다. 18일까지 6연패다. 6위 삼성은 이전까지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안정권으로 분류됐지만 이제 그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하위권 판도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호화 멤버도 ‘감염’=이번 시즌 연패 바이러스의 특징은 ‘호화 멤버’도 사정없이 공격한다는 점이다. 전자랜드에는 서장훈과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아말 맥카스킬, 슈터 정영삼이 버티고 있다. SK는 주희정·방성윤·김민수 등 국가대표 주축 멤버들이 포진했다. 삼성은 이상민·이정석·강혁 등 가드진과 이승준·테렌스 레더로 이어지는 센터진까지 갖춰 약점이 없는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도 힘을 쓰지 못하고 연패에 빠졌다.

◆뒷말도 가지가지=장기 연패가 이어지면서 하위팀 사이의 웃지 못할 ‘상부상조’가 나오고 있다. 연패 탈출의 희생양은 영락없이 연패를 경험한 팀이다.

SK는 전자랜드를 상대로 13연패를 끊었고, 전자랜드와 오리온스는 모두 삼성을 제물 삼아 연패에서 벗어났다. SK는 8연패 뒤 오리온스를 이기고 다시 13연패를 당했다.

팬들은 “오리온스가 자신들의 기록(프로농구 역대 최다연패·32연패)이 깨질까 봐 무서웠나 보다”며 비아냥댔다. 최근 농구팬 사이에서는 “5할 승률 안 돼도 6위 해서 플레이오프만 가면 행복하잖아요”라는 개그 프로그램 패러디까지 나오고 있다.

◆외인 축소가 원인=이번 시즌처럼 여러 팀의 연패 기록이 쏟아진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전자랜드와 SK의 13연패는 역대 최다연패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상범 KT&G 감독은 “상·하위팀이 극명하게 갈려 하위팀은 상위팀을 이기기 어렵다. 하위팀이 스케줄상 연이어 상위팀을 만나면 어김 없이 장기 연패를 당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선수 제도가 종전 ‘2명 보유, 2명 출전’에서 이번 시즌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줄어들면서 상·하위팀이 갈라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때는 팀별 전력 차가 크지 않았는데, 이제는 전력 차가 극명하다는 것이다. 신선우 SK 감독은 “예전에는 4쿼터에 10점 차가 나도 쉽게 뒤집곤 했는데 요즘은 어렵다. 점수가 벌어지면 그대로 굳어진다”고 말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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