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 재집권 카드 "유고내전 불붙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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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고 연방 대선에서 야당과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집권 여당의 패배를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권력 유지를 위한 최후 도박을 감행, 발칸 반도가 또 다시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연방선관위가 개표를 시작하고 하루가 지나도 득표결과를 전혀 알리지 않자 군소야당연합(DOS)후보인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측은 26일 "27일 오전(현지시간)까지 결과를 알려주지 않으면 의회 앞에서 자체 집계결과를 발표하겠다" 고 밝혔다.

DOS의 세도미르 야바노비치 대변인은 "97.5%의 개표 결과, 코스투니차 후보가 55%를 얻어 35% 득표에 그친 밀로셰비치 대통령을 물리친 것으로 확인됐다" 고 주장했다.

민간 선거 감시단체인 자유.민주선거센터(CESID)도 "코스투니차 후보가 53%를 얻어 승리한 것으로 자체 집계됐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당은 "개표가 끝나지 않았으나 밀로셰비치가 46%대 41%로 코슈투니차를 앞서고 있으며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다음달 8일 결선 투표가 불가피하다" 고 주장했다.

서구 언론들은 밀로셰비치가 결선 투표 때까지 2주의 시간을 벌며 전쟁.폭력등 비상사태를 일으켜 선거를 무효화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밀로셰비치가 유고 연방군을 동원해 보스니아.헤르치고비나 또는 코소보에 평화유지군으로 주둔 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에 미사일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밀로셰비치가 최근 유고연방 탈퇴 움직임을 보여온 몬테네그로 공화국에 군을 파견, 내전을 유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 속에 몬테네그로에 살던 보스니아 출신 이슬람교도와 알바니아계 주민 2백~4백명이 선거 직후 유엔이 치안유지를 하고 있는 코소보로 떠났다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25일 밝혔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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