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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 차이나] 한 중국신문으로 본 해킹당한 바이두와 구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0년1월12일 중국 사이버스피어에는 굵직굵직한 일이 연달아 터졌다. 바로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의 해킹과,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중국 철수 ‘위협’이다.
13일 난징에서 발행되는 동방위보(東方衛報)는 1면을 시사 잡지 스타일의 독특하게 편집했다. 구글차이나의 메인페이지를 배경으로 삼고 검색창에 ‘바이두 해킹당하다(百度被黑)’라는 글자를 실었다.

4면에는 12일 바이두 홈페이지가 ‘이란 사이버 군대’에 의해 해킹당했던 상황을 시간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1면 표지는 구글이 장식했지만 구글에 대한 내용은 한 네티즌의 “바이두 검색은 사용하기 편해요. 구글의 검색 결과는 중국인 습관에 부합하지 않아요”라는 멘트에서만 언급됐을 뿐이다.
당일 상황은 이렇다. 12일 오전7시 전세계 4대 사이트이며 하루 1억2000만명이 방문하는 바이두가 멈춰섰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9시 출근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곧 바이두 홈페이지가 검은 바탕에 이란 사이버 군대에의해 해킹당했다는 외국어 화면으로 변했다. 바이두는 오전 11시20분 경 가까스로 회복됐으나 오후 2시까지 정상적으로 서비스되지 못했다.
오후 12시51분 바이두 CEO 리옌훙(李彦宏)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날 하루 중국에서는 ‘바이두 해킹당하다’는 말이 ‘아바타’를 두르고 검색어 1위로 올랐다. 바이두의 해킹 원인은 미국에 위치한 바이두의 도메인 네임서버(DNS)가 해킹당했기 때문이었다. 왜 미국에서 중국 최대 사이트가 해킹당했을까?
다음날인 14일자 동방위보 1면은 전날과 같은듯 달랐다.

이번엔 바이두 홈페이지가 장식했다. 단, 검색창의 검색어가 바뀌었다. “구글 중국 퇴출”로 5면의 분석 기사는 다소 ‘친 구글적’이었다. 우선 제목. “이후 아이들에게 ‘일찍이 구글이라 불리는 사이트가 있었단다’라고 말하겠지”로 달았다.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이란 박스 기사에서 뽑은 제목이다.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CCTV는 조용하겠지. 2009년6월18일 CCTV는 연속으로 구글차이나 검색엔진에는 대량의 음란물, 저속한 콘텐트가 가득차 있으니, 철저한 삭제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우리 Gmail 계정에 있는 메일들을 먼저 빼내야겠지.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Gmail, Gtalk를 계속 쓸수 있을까. 영어를 못하는 친구들은 고생하겠지.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사무실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다시는 Google Template로 프린트하지 못하겠지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우린 Google Groups에서 난상 토론을 하지 못하겠지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안드로이드는 어떻하지. 우리 수석편집장이 천신만고끝에 산 넥서스 원 휴대폰이 내일쯤 신문사로 배달올텐데.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컴퓨터건 휴대폰에서건 다시는 구글 맵으로 길을 찾지 못하겠지. 난징의 실시간 교통정보는 누가 업데이트할까?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한참 세월이 지나면 대중들은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말들 하겠지. 그런데 어제 저녁 한 온라인폴에 의하면 7할이 구글이 가지 않았으면 이라고 답했다고 해.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구글이 엊그제 발표한 런런망Mini판, 더우판 툴, 국학열람기가 모두 무용지물되겠지.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베이징의 경쟁사들은 곤혹스럽겠지. 오늘 오후 구글차이나 본부에서 열린다던 안드로이드 랩 개소식과 기자회견은 어떻게 됐을까?
만일 구글이 나간다면, 십 수년후 중국 신세대들이 외국에 나가 구글 사이트를 본다면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어! 미국의 검색엔진은 바이두를 정말 똑같이 베꼈네.”라고.

2006년 바이두 CEO 리옌훙은 한 기자회견에서 “5년후 구글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구글차이나를 둘러싼 풍파는 한동안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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