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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북·일 관계 '중매' 자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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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북한과 일본 관계 개선의 중재자로 나섰다.

23일 도쿄(東京)부근 휴양지 아타미(熱海)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를 만난 金대통령은 적극적인 관계개선을 당부하면서 구체적인 방안까지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한 모든 협력을 다짐한 金대통령은 지난 6월 평양에서 만난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 대한 평가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서 일본이 얻을 이익까지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金위원장을 만나보니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다" 고 말했다.또 "金위원장은 북한 내 절대적 존재로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잘 알고 개방적 생각도 갖고 있다" 는 점도 전달했다.

그러면서 과거 핵문제 때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김일성(金日成)주석을 만나 해결하고,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의 활로를 연 사례를 들어 "일본도 공식루트와 함께 金위원장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관계개선을 촉진시킬 것" 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모리 총리가 북.일관계의 개선.발전에 획기적인 업적을 이뤄내기를 기대하고, 확신한다" 고 치켜세웠다.

金대통령이 이렇게 나선 것은 남북관계의 착실한 진전을 위해선 북.미, 북.일관계가 함께 가지 않으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金대통령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북 관계개선은 한국 국익과 안전.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꼭 이뤄지길 바란다" 고 강조했다.

북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기구의 지원이 따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 기구들의 대주주인 미국.일본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게 金대통령의 판단이다.

더구나 金대통령이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 고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일본 내에 아직도 대북 경계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외교 당국자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 지도자.경제인 상당수가 북한의 변화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金대통령은 金위원장이 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동의했으며, 미군이 있는 한 전쟁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남북간에 투자보장협정.이중과세방지협정.분쟁해결방안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이렇게 되면 투자위험이 사라진다며 金대통령은 대북 투자를 권유했다.

아타미=김진국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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