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적자금인가] 中. 외국선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나라 이외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한 나라는 많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그랬고, 일본이나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1980년대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을 받았던 중남미 국가들도 공적자금을 투입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선진국들의 공적자금 투입은 제도적으로는 우리와 비슷하다.그러나 집행 과정이나 회수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공적자금을 미리 만들어 금융위기에 대비하고 있고,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공적자금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도 회수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공적자금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점들이다.

◇ 미국도 공적자금 동원〓일반인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주택담보 대출을 하는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은 80년대 들어 예대마진이 감소하면서 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89년에는 2천8백78개 저축대부조합 중 5백17개가 자산보다 부채가 많았고 37개는 도산했다.

미 정부는 89년 부랴부랴 우리나라의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성격의 정리신탁공사를 만들었고, 5백억달러(55조1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 돈 중 1백88억달러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 정부 예산에서 지원받고 나머지 3백12억달러는 연방주택대부은행과 정리기금공사 등을 통해 공공자금으로 조달했다.

정리기금공사를 통해 빌린 돈 3백억달러 중 2백53억달러는 결국 정부가 부담했다.그래도 조합들이 정상화하지 않자 정부는 91년 두차례에 걸쳐 총 5백50억달러(60조5천억원)의 추가 공적자금을 조성했다.

◇공적자금 쌓아둔 일본〓일본의 금융위기는 80년대 후반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됐다.

부동산 회사에 대출해 주는 주택금융전문회사들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부실 구덩이에 빠진 것이다.95년 말에는 주택금융전문회사의 부실채권이 9조5천억엔으로 총자산(12조9천억엔)의 74%에 달했고, 이중 6조2천억엔은 회수 불능상태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재정 및 중앙은행의 예금보험기구를 통해 총 1조5천억엔(12조원)을 투입했다.이때부터 일본은 금융위기에 미리 대처하는 정책을 썼다.

97년 홋카이도(北海道)척식은행.야마이치(山一)증권 도산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이듬해 2월 '금융기능의 안정화를 위한 긴급조치에 관한 법률' 을 만들어 총 30조엔(3백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했다.이 공적자금은 금융기관 우선주와 후순위채를 사줘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데만 썼다.

그 이후 10월에는 금융재생관련법을 마련, 추가로 30조엔의 공적자금을 만들어 이중 일부만을 투입했다.번거로운 국회 동의를 피하기 위해 한번에 여유있게 자금을 조성해 두고 금융위기에 신축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다.

또 자금지원을 할 때는 ▶반드시 경영자의 책임을 묻고▶부실 자산의 매각은 해당 금융기관이 하며▶공적자금의 용도는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데에만 사용하게 제한하고 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90년대 중반부터 금융위기를 겪은 일본은 충분히 생각할 여유를 갖고 장기대책을 세웠다" 고 전제, "98년 말에 조성한 공적자금은 지난해에 7조~8조엔 정도만 투입했고 나머지는 언제라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金연구위원은 "일본은 자금지원 목적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공적자금 지원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 공적자금 모범국 스웨덴〓스웨덴은 우리가 공적자금을 조성하면서 가장 많이 참조한 나라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부실채권처리기구 등을 만들어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정부가 부실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과 같은 방식을 많이 참조했다" 고 밝혔다.

스웨덴 역시 80년대 후반에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이로 인한 부실로 92년 자산규모 2위인 노드은행이 부실 징후를 보이고 자산규모 4위인 고타은행이 지급 불능상태에 빠졌다.

스웨덴 정부는 이 두 은행의 주식을 1백% 매입해 국유화하는 한편 부실채권 정리회사를 세워 부실채권을 인수하도록 했다.이 과정에서 스웨덴은 총 53억달러(5조8천억원.정부 보증분 제외)를 투입했다.

고성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웨덴은 당시 출자했던 은행의 주가가 올라 원금을 회수할 수 있었는데도 아직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면서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자 비용까지 건지기 위해 주식 매각을 미루고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송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