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홈페이지 게시판 실명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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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20일 울산시청 홈페이지(http://www.metro.ulsan.kr) '시민게시판' 에 '개주인' 이라고 등록한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다.

"우리는 말한다. 공무원들은 시민의 개라고. 개들이 주인을 깔고앉아 주인 행세를 한다. 주인들이여, 몽둥이를 들고 개 잡으러 가자. "

이 코너에 올라오는 글은 한달에 3백여건. 이중에는 시 행정이나 민원과는 직접 관계없는 내용이나 개인을 비방한 욕설도 적지 않아 관리자 직권으로 삭제되는 내용도 한달에 10여건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자 울산시는 내년부터 '시민게시판' 과 '시장에게 바란다' 코너를 실명화하기로 했다. 주민등록번호 진위여부를 가리는 검색 프로그램을 마련, 틀린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할 경우 게재가 불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전북도도 최근 홈페이지(http://www.provin.chonbuk.kr) '민원 Q&A' 코너에 비실명 게재를 금지시켰다.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신분확인 자료를 입력하지 않은 글은 내용에 관계없이 삭제된다.

또 지난 6월까지 행정상담 코너를 익명으로 운영하던 서울시청 홈페이지(http://www.metro.seoul.kr)도 7월부터 이를 '사이버 민원실' 로 개편하면서 실명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홈페이지를 실명제로 전환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행정정보를 공개하고 여론을 수렴한다는 취지로 만든 홈페이지에 비방.욕설.무책임한 발언이 넘쳐난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자유로운 언로를 가로막는 '닫힌 행정' 의 발상" 이라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2월 서울시 홈페이지에 교통방송의 특정 인사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르자 시가 교통방송 관련 의견에 대한 부분적인 실명 확인제를 실시했다가 네티즌들의 항의로 4시간 만에 해제하기도 했다.

전북도 홈페이지에 자주 글을 올린다는 박기청(33.회사원.전북 전주시 진북동)씨는 "자유로운 의견 표출과 이에 따른 여론 형성이라는 장점을 가진 인터넷 통신에서 일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해서 익명성을 제한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 " 이라고 말했다.

허상천.장대석.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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