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에 넷째 임신 도전하는 ‘출산 전도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개그계에 김지선씨가 있다면 한의계엔 정지행(45·사진)씨가 있다. 둘 다 아이를 여럿 낳아서 자연스레 ‘출산 전도사’가 됐다. 김씨는 아직 30대로 젊지만, 정씨는 올해로 만 45세이다.

정씨는 28살에 첫 아들, 30살에 첫 딸을 낳은 뒤 40세이던 2005년 다시 10년 터울의 늦둥이 아들 평화를 낳았다. 이 출산을 정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로 친다. “국가적 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저출산 시대엔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자식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백호띠 넷째 아이를 갖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한방과 과학을 바탕으로 한 ‘운기조식(運氣調息)’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널리 알려 여성들의 다출산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저출산 극복운동에 일조할 생각이다.

“임신에 성공하려면 부부가 함께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셋째를 얻기 위해 임신 6개월 전부터 수영 1㎞와 걷기 6㎞를 매일 거르지 않았어요. 남편의 도움도 컸지요. 임신 6개월 전부터 남편이 술·담배를 끊고 음식 조절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비만·흡연·음주는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넷째를 얻기 위해서도 비슷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운동은 태교에도 도움이 됩니다. 태교도 마찬가지로 아빠와 함께 해야합니다. 조선시대의 『태교신기』는‘아버지가 청결한 마음으로 보낸 하루가 어머니의 10개월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굳이 넷째를 갖으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만 40살에 늦둥이를 낳으면서 비로소 출산과 삶의 환희를 느꼈어요. 아이가 곧 우리의 미래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때가 20대였다면 아이를 열이라도 낳았을 것입니다. 폐경이 얼마 남지 않아 넷째를 서두르게 됐어요. 가능하다면 다섯째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정씨는 세 아이의 출산 당일까지 환자를 봤다. 출산 뒤엔 4주가량 쉬고 업무에 복귀했다.

“서양 여성은 출산 뒤 바로 샤워하거나 아이를 안고 외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은 한 달은 잘 쉬고 잘 먹고 잘 보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여성은 서양 여성보다 체격은 작은데 아기의 머리는 더 커서 산고의 고통을 더 심하게 겪기 때문입니다.”

세 아이 모두 6개월은 모유만으로 키웠다. 6개월 이후엔 모유의 질이 떨어진다고 여겨 분유를 먹였다. 이유식은 제철 채소·과일을 사다가 직접 만들었다.

정씨는 늦둥이가 아빠에겐 건강을, 엄마에겐 젊음을 줬다고 믿는다.

“늦둥이 임신은 남편이 술·담배를 멀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평소 ‘셋째 낳고도 몸매 안 망가지는 여자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사실이 아니더군요. 셋째를 낳고도 여전히 몸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되려 10년은 젊어졌습니다. 셋째 또래 아이의 엄마들이 대개 나보다 10살은 어린데, 이들과 어울리면서 패션·외모 등에 더욱 신경 쓰게 됐기 때문이죠.”

정씨는 『30대에 낳은 아이가 똑똑하다』·『여자 몸 사용설명서』 등을 저술해 유명해졌으며 방송 패널로 자주 출연해 얼굴이 알려졌다.

박태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