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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부총재등 4인 '등원론' 목청 높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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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 박관용(朴寬用).김덕룡(金德龍).손학규(孫鶴圭)의원이 모였다. 22일 오전 63빌딩 '거버너스 체임버' 에서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진로에 대해 세가지 입장을 정리했다. "국회에 들어가 경제.민심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 "장외 거리투쟁을 중단해야 한다" "당내 언로와 민주화가 활성화해야 한다" 는 것. 물밑에서 논의되던 국회 등원론을 본격 제기한 것이다.

강삼재(姜三載)부총재도 참석키로 했으나 급한 지방행사가 생겨 빠졌다고 한다. 이들은 당내 비주류의 대표격. 3개 요구사항은 모두 이회창 총재의 장외투쟁 방침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李총재로서는 5.31 전당대회 승리 이후 처음으로 맞게 되는 당내 도전이다.

김덕룡 의원은 별도로 기자들과 만나 "여야 대치가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나 혼자만이라도 국회를 지켜야겠다" 고 했다.

5.31 전당대회에서 총재경선에 패배한 뒤 침묵하던 金의원이 본격적 독자노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金의원측은 말했다.

최근 민국당의 김윤환(金潤煥)대표대행과 만나기도 한 박근혜 부총재는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총재단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등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확실히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의 등원론 핵심은 "대구 사람들도 반(反) DJ정서가 강하지만, 길거리 정치엔 불안해 한다" 는 것.

손학규 의원은 "특별히 누가 주도했다기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모였다" 면서 李총재측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듣지 않을 경우 당내 동조세력 규합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밖에 당 부정선거진상조사특위 위원장으로서 李총재의 강경투쟁에 동조해왔던 최병렬(崔秉烈)부총재도 "자민련도 특검제를 당론으로 정한 만큼 국회에 들어가 이를 관철하는 투쟁을 고려해야 한다" 는 원내외 투쟁 병행론을 제기했다.

이부영(李富榮).박희태(朴熺太)부총재도 같은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재단을 구성하는 비중 있는 부총재들이 등원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李총재와 그의 측근들은 이날 "성공적인 부산 장외집회의 여세를 몰아 다음주엔 대구집회를 강행한다" 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李총재는 이날 오전 소속의원.지구당위원장 부인 모임에서 "국회에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목소리가 크게 들려 온다.

하지만 정치는 정치는 여야간 교섭인데 여당의 변화가 없다면 국회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나 하는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상연.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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