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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중앙일보 창간 35돌 특별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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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중앙일보 창간 35주년(22일)을 맞아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중앙일보와 특별 기자회견을 했다(일부 내용 21일 추가 질문.답변). 참석자는 본지 최철주(崔喆周)편집국장.박보균(朴普均)정치부장.김진국(金鎭國)정치부차장. 다음은 회견 요지.

◇ 정국 현안

- 대북관계 등 여러 역할을 맡겼던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이 낸 사표를 수리한 배경과 과정을 말해주십시오. 朴장관의 퇴진을 아쉽게 생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의혹이 분명하게 밝혀져 진실이 투명하게 규명되는 겁니다.

국민 여론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것 아닙니까. 朴장관 스스로 공직에 있는 것이 투명한 조사에 지장을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자연인으로서 검찰이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퇴진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지금은 서로 주장이 다르지만, 이제 朴장관도 사퇴했고 검찰도 본격 수사에 나서고 있는 만큼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분명하게 밝혀질 것입니다. "

- 朴장관의 사퇴 뒤에도 한나라당은 특별검사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검찰대로 철저히 수사하고, 국회에서는 대정부질문을 하고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해서 이 문제를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특검제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 않습니까. 국회가 국정조사.국정감사할 권한이 있는데 특검제만 가지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특검제가 필요하면 국회에서 주장해 여야가 이야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문제에 있어서 꼭 '무엇을 해라, 무엇은 안된다' 그런 주장보다 '국회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국회 운영은 국회법대로 운영돼야 한다' 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치는 당장에 안정이 됩니다. 논의의 주전장(主戰場)을 지키면서 따질 것은 따지고 공격할 것은 공격해야 합니다. "

- 통치자의 입장에서 내치(內治)에 협조하도록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만나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나는 그런 의사를 전달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말씀하고자 하는 것은 국회에서 정치를 하면서 영수회담은 예외적이란 것입니다.

국회에서 모든 것을 하고, 그리고 꼭 필요하면 얼마든지 서로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죠. 그런데 국회는 제쳐놓고 영수회담만 가지고 하려는 것은 안됩니다.

지난번 의약분업 문제를 둘이 합의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안되고, 야당도 그것에 대해 다른 소리를 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결국 표결권(입법권)을 가진 국회에서 이야기가 잘 돼야 해요. "

- 민주당에서는 정부와 다른 목소리들을 건의하고 있습니다. 민심을 모으는 데 정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잘 해나가야죠. 정부에 대해 고언을 하는 것은 당으로서는 당연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들은 일선에서 국민의 소리를 직접 듣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고언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차기(대통령후보)문제는 2002년 전당대회에서 결정될 거라고 하셨는데 당내 일부에서는 늦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심없이 봉사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고 강조하셨는데 차기 후보의 기본요건과 관련이 있는지요.

"차기 후보의 기본요건은 국민이 정하는 것입니다. 시기문제도 국민이 차기문제를 우선적으로 생각할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거론되지 않겠습니까. 차기에 대한 논의는 각 정당의 후보 경선 전당대회에 임박해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심없는 봉사' 는 후보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지요. 지도자는 무엇보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와 민족 앞에 비전을 가져야 하고, 역사 앞에 책임을 지는 자세, 그런 덕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내의 모든 정치지도자는 그 행동을 통해 매일같이 당원과 국민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평가가 무르익을 시점이 차기 정기 전당대회가 임박한 무렵이라고 생각합니다. "

◇ 의료계 파업

- 의료계 파업이 심각합니다. 민주당 일부에서 의약분업의 한시 유보나 임의분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우리도 조금 안이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 하는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의사측과 약사측 및 시민단체가 합의해 '그렇게 해 달라' 고 해 다 합의됐으니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한 데서 조금 안이한 판단이 나온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국민 여러분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정말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또 약물의 오ㆍ남용으로부터 생명의 안전을 지키려면 조금 불편한 것은 참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또 그에 상응해 의료보험료를 더 낼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의료 비리가 없는 투명한 의료 시스템을 갖추려면 의사들이 의료수가나 진찰료만 가지고 살 수 있게 해주고, 흔히 있었던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그런 조건을 의사들에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

◇ 남북문제

- 내년 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 때 어떤 논의가 있을 것입니까.

"연내에는 많은 국제적 행사가 있기 때문에 金위원장의 방문은 내년 봄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차분히 구상을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냥 형식적인 정상회담이 아니라 평양 합의보다 한발 더 나아가는 그런 양측 관계가 발전될 수 있도록 해서 하나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 그리고 하나는 남북간의 전면적인 교류, 경제 혹은 이산가족, 문화적 교류 그런 것이 크게 진전되는 길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평화정착도 시작되었지만 국민이 모두 안심할 수 있는 그런 평화체제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이야기가 아마 진지하게 논의될 것입니다. "

- 4자회담은 한반도 주변 외교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합니다. 임기 중에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했는데 가능할까요.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바른 방향, 옳은 일이라면 성의와 최선을 다해 추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해 가급적 조속히 평화체제 수립 문제를 마무리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달 하순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긴장완화에 진전이 있게 되면 남북간에 평화체제를 합의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지지, 보장함으로써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시킨다는 것이 저의 구상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충분한 협의를 통해 서두르지 않고 추진할 것입니다. "

- 일방적으로 북한에 양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북한이 그동안 남한하고 대화하자면 절대적인 조건으로 세가지를 내놓지 않았습니까. '미군 철수하라, 자기네 연방제 받아라', 그리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해라' . 이것을 20년 동안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셋이 다 이번에 해소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만 양보했다는 이야기는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전쟁 걱정이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지난해 서해 연평해전이 확전이 안됐으니까 다행이지 되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리고 경의선이 개통되면 경제적으로 당장 덕을 보는 것은 아무래도 능력으로 봐서 남쪽이지 북쪽이 아니지 않습니까. "

- 김정일 위원장이 어느 정도 변했다고 생각합니까.

"세가지 절대조건을 사실상 해소한 것이라든가, 이산가족을 전면적으로 교류하도록 해 생사확인을 하고, 편지를 하도록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북한사회에 굉장한 영향이 가는데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거든요. 경제에 있어서도 투자보장이라든가, 이중과세 같은 것 이렇게 해서 '시장경제원리' 를 받아들이겠다는 그런 태도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정리=김진국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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